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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국어는 '화풀이' 언어인가

사회부 진성철 기자

#고객센터 한국어 서비스 용역회사에 근무하는 김모(30.여)씨는 상담원으로 일한 지 2년쯤 됐다. 그는 우울증으로 회사를 그만 두려 하고 있다. 김씨는 서비스에 불만 가득한 고객들을 상대하는 감정노동자다. 문제는 한인 고객들에게 비인간적인 취급을 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일부 고객은 언성을 높이고 무시하는 말과 입에 담기 힘든 욕도 마구 해댄다.

#비영리단체의 한 단체장은 요즘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이 단체는 한인뿐만 아니라 타인종 커뮤니티에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한인 고객 중 일부가 한인이 운영하는 비영리단체인데 왜 한인이 아닌 타인종이 서비스를 받느냐고 단체의 직원들을 타박하고 나무란다. 또 본인들이 한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신들이 먼저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고 우기면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타인종 직원들에게도 서슴지 않고 큰 소리로 욕을 한다. 이 단체장은 이런 진상 고객들을 근절하기 위해 단체명 변경이라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한 업체는 고객센터에서 한국어 서비스를 없앴다. 이 업체가 고객센터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했을 때는 협박과 욕을 쉽게 하는 고객들이 많았다. 이로 인해 상담원의 이직률이 높아짐에 따라 비용도 함께 늘어났다. 정상 운영이 불가하다는 판단에 폐지라는 강수를 뒀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한국어 서비스를 없애고 영어로만 상담 서비스를 한 후, 욕하는 진상 한인 고객을 찾아 보기가 어려워졌다고 한다. 이 업체 관계자는 이민생활에 시달리는 한인들이 한국어로 화풀이할 데가 없어서 자신들에게 진상을 부리는 것 같다고 호소했다.



한인업체뿐만 아니라 한인 비영리단체도 일부 몰지각한 진상 고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소비자로서 본인들의 권리를 찾는 것은 당연하지만 소리를 지르거나 욕을 하는 것은 본인이 '갑'이라는 위치에서 직원들의 인격권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얼마나 꼴불견 손님이 많았으면 '진상'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을까. 최근 우리는 '진상을 부리다' 또는 '진상을 떨다'라는 말로 차마 눈 뜨고 봐주기 어려운 상황을 서술한다. 진상의 뜻은 '꼴불견'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여기서 사용하는 진상은 유래와 용례가 같지는 않지만 진상(進上)에서 나왔다는 게 가장 유력하다. 진상의 일반적인 뜻은 진귀한 물품이나 지방의 토산품을 임금에게 바치는 것을 가리키지만 겉보기에 허름하고 질이 나쁜 물건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도 사용된다. 따라서 질이 나쁜 물건이라는 뜻으로 진상이 나왔다는 것이다.

진상과 음은 같지만 뜻은 다른 진상(眞相)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을 한자로 풀이하면 '참 진'에 '서로 상'자를 써서,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거짓 없이 나타낸 모습이라는 의미다. 발음은 같지만 뜻이 다른 두 단어를 보면서 진상을 떠는 게 권리를 찾고자 하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 스트레스 풀이로 그렇게 하는 것인지 본인 마음의 진상을 규명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런 과정을 거치면 아마 진상을 부리는 한인들도 줄어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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