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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존엄사' 법안 유감

[LA중앙일보] 발행 2014/03/19 미주판 21면 기사입력 2014/03/18 19:38

모니카 류/암 방사선과 전문의

두 주 전 아침, 뒷마당에 나갔더니 죽은 토끼 한마리가 눈을 뜬 채 수영장에 떠 있었다. 밤 사이 수영장에 빠졌던 모양이다. 목숨이 끝날 때까지 힘들었을 것에 생각이 미치자 마음이 어수선하고 아팠다.

죽는다는 것, 우리는 이에 대해 자주 그리고 너무 쉽게 이야기한다. '죽는다는 개인적인 사건'을 죽어본 적이 없는 우리가 죽은 이들이 말로 표현하지 않았던 생각이나 감정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나는 죽는다는 것을 개인적(이고 무척이나 사적)인 사건으로 이해하고 또 그 과정을 '길'이라고 단축해서 표현하고 싶다. 죽는다는 '개인적인 사건'과 '길'은 엄격히 볼 때 혼자 감수해 내야 하는 부분이 있다. 또 그 '길'은 누구나 한 번은 지나가야 할 숭고한 길이다.

이 길을 지나간 사람이 되돌아 온 경우는 없었다. 죽을 뻔 했다가 살아왔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은 책을 읽은 적은 있다. 성서에도 예수가 살린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그 사건들은 죽은 이들의 생각이나 심적 갈등에 초점이 맞춰진 것은 아니다.

벨기에에서 올해 2월 13일 불치병 어린이들을 안락사시킬 수 있도록 한 법이 통과됐다. 더 이상 희망이 없는 어린이들을 조금이라도 빨리 고통에서 해방시켜 주기 위한 것이 목적이라고 한다. 네덜란드도 2002년부터 12세 이상의 아동에게 안락사할 권리를 주고 있는데 지금껏 5명의 어린이가 안락사를 택했다고 한다. 미국도 이 법의 제정을 위해 몸부림쳐 왔지만 오리건, 몬태나, 워싱턴주에서만 허락되고 있고 그것도 어린이는 해당되지 않는다.

워싱턴주 시애틀 암센터 얼라이언스 병원의 보고에 의하면 사망자의 0.02% (1만명 중 두 명 꼴)가 존엄사를 실행했다고 한다.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2009년 3월부터 2011년 12월 사이에 겨우 114명의 환자가 존엄사에 대해 문의했고 그 중 40%의 환자들은 본래의 뜻을 철회했으며, 40명이 극약 처방을 받았지만 24명만이 약을 먹고 죽음을 실행했다고 한다.

다시 벨기에나 네덜란드의 법으로 돌아가 보자. 세상은 청소년들이 18세가 되어야 겨우 운전면허, 정치적 투표 권리를 주고 음주를 허락한다. (어떤 곳은 21세다). 그런데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어린 아이들에게 맡기자는 법은 이해가 되지 않는 비윤리적이고 위험한 법이다.

존엄사가 고통을 빨리 끝내기 위한 것이라면 그 방법을 쓰지 않고도 말기 환자들을 돕는 방법은 많이 있다. 의학의 발달로 지금은 새로운 전문분야로 되어 있는 팔리애티브 메디신 (Palliative Medicine), 고통관리 (Pain Management), 호스피스 등이 그것이다. 이쪽 분야의 전문인들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환자의 고통을 줄여 줄 수 있다. 여러 약을 혼합해서 쓰거나 수술로 신경을 죽이기도 한다. 또 말기 환자들은 우울증에 민감하다. 이 두 가지만 잘 돌봐 주어도 말기의 삶을 더 의미있게, 아프지 않게 보낼 수가 있다.

어린이 존엄사 법은 의사들의 지지를 받기 어려운 비윤리적인 것이므로 마땅히 재고되어야 한다. 또 의사들한 법에 동조하기보다 새로운 전문인들이 환자 치료에 합세하도록 촉진제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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