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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미래의 문인들에게 보내는 박수

김완신/논설실장

'중앙신인문학상' 작품 공모가 10일 마감됐다. 미 전역에서 작가를 꿈꾸는 한인 문학도들이 많이 응모했다.

중앙일보 신인문학상은 '이민 생활수기'에서 시작됐다. 이민자들의 고단한 삶과 성공 스토리를 발굴하려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후 순수문학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한국의 신춘문예 형식으로 발전한 것이 중앙신인문학상이다. 단편소설, 시.시조, 논픽션에 평론을 추가해 전문적인 문예공모전의 형식을 갖추면서 한인사회 대표 문학상으로 자리잡았다. 이를 통해 등단한 작가들은 현재 미주문단의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3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면서 작품성향이나 응모방식도 많이 바뀌었다. 초기에는 이민생활의 애환이나 고국을 향한 그리움이 공통의 주제였다. 이후 이민사회가 성장하면서 이민자들만의 독특한 문학이 형성되기 시작했고 문예공모전은 그 과정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인터넷과 이메일의 대중화는 응모방식의 변화를 가져왔다. 90년대는 대부분이 작품을 원고지에 작성했고, 한국 원고지를 구할 수 없는 미국 소도시의 응모자들은 노트에 적어보내기도 했다. 다음으로 워드프로세서로 작성하거나 디스켓 등에 작품을 담아 보내는 시절을 거쳐 최근에는 이메일 응모가 주를 이루고 있다.



90년대 문화부 기자로 수년간 문예공모전을 담당한 적이 있다. 많은 응모작품을 복사해 2명의 심사위원에게 1부씩 보내는 것이 가장 큰 일이었다. 작품 하나가 대략 원고지로 80매 정도인데 이런 작품 수십 편을 복사하는 것은 고역이었다.

돌아보면 기억남는 응모자들도 많다. 그중의 한 명이 90년대 말 수상작 발표 하루 전날 전화를 걸었던 응모자였다. 다음날 신문에 나갈 입상자 명단을 편집부에 보낸 직후 젊은 여성의 전화를 받았다. 단편소설에 응모했는데 심사결과를 알 수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신문 게재 전에 개별통보를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혹시나 하는 생각에 응모자의 이름을 물었다. 당당히 이름을 밝혔고, 책상 위에 있던 당선자 명단에 그의 이름이 있었다.

내일 아침이면 결과가 발표되는데 왜 신문사로 전화를 했냐고 물었다. 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당선이 안 돼 상금(2000달러)을 못 받으면, 지금 돈을 꾸러 나가야 한다"고 답했다. 안타까운 마음에 당선소식을 알릴까 잠시 흔들렸다. 결국 "회사 규정상 사전에 알려줄 수 없지만 돈은 빌리러 가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는 대답으로 전화를 끊었다.

연로한 노인 응모자들도 많았다. 논픽션 응모자 중에 대학노트 세 권 분량의 글을 적어 보낸 경우도 있다. 만주에서 출생해 미국에 오기까지의 일대기를 빼곡하게 적었다. 이런 경우 원본을 보냈기 때문에 낙선작이라고 노트를 버릴 수가 없다. 실제로 몇달이 지나 찾으러 오기도 한다. 노인 응모자들의 작품은 입상에 들지는 못해도 정성과 열정만큼은 당선작 못지 않게 소중하고 애착이 간다.

그밖에도 수년간 문학상을 담당하는 동안 '성급하게' 필명부터 쓰는 응모자가 입상한 경우는 보지 못했다. 또 '어느 하나에는 걸리겠지' 하는 마음으로 여러 부문에 걸쳐 작품을 제출한 응모자의 손을 들어준 심사위원도 없었다.

작가 프리모 레비는 "작품이 끝날 때마 나는 한 번씩 죽는다"고 했다. 문학상 응모는 이름 앞에 '시인'과 '소설가'를 붙이는 황홀한 도전이면서, 창작을 위해 스스로를 인내하는 고통이다. 바쁜 이민생활에서 글을 쓰는 것이 어렵지만, 힘든 만큼 도전은 아름답다. 중앙신인문학상에 응모한 모든 이들과 미래의 문인들에게 힘찬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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