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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음악산책] 오르간 연주

 때때로 오르간 연주회를 찾아가곤 한다. 그런데 건반과 페달을 가진 콘솔을 따로 떼어내어 무대위에 놓아 오르가니스트의 연주모습을 볼 수 있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교회같은 곳에서는 대개의 경우 오르간이 2층 성가대석 등에 위치한 관계로 오르가니스트의 모습은 볼 수 없고 단지 연주되는 음악만 감상하게 된다.

 이러한 경우 흘러나오는 음악에 집중되기보다는 여러가지 상념이 머리속을 스치게 된다. 그러다 프로그램을 보며 웃음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모음곡 형식의 작품이 연주될 때 그렇다. 실제로 모음곡은 여러가지 춤곡 형식의 작품을 모아놓은 것인데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자면 지금 이곳에서 경건하고 엄숙하게 연주되는 오르간 음악이 본래는 저자거리의 집시들이 추던 춤곡에서 유래되었을 수도 있다는 사실때문이다.

 이렇듯 어깨를 으쓱대며 즉흥적인 신바람을 유발하던 춤곡이 모음곡이란 형식을 빌어 무게있는 음악으로 변하고 또한 청중들은 그것을 숨죽이고 듣고 있는 상황이 마치 뽕나무밭이 변해 푸른 바다가 된 것같다.

 또한 경건한 교회악기의 대명사인 오르간을 놓고 볼때 16세기 영국에서 이 악기가 너무 현란하다고 하여 연주를 금지시킨 일이 있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다. 심지어 이후 득세했던 청교도의 경우는 아예 오르간을 파괴시킬 것을 입법화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혹시 오르가니스트들의 연주를 자세히 볼 기회가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그들의 연주 자체도 경건함이나 우아함과는 거리가 멀다. 3단으로 된 악보를 읽고 여러 음색의 스탑을 자주 바꾸어야 하며 여러 단으로 되어있는 매뉴얼 건반을 열손가락으로 오르내리는 동시에 페달을 이리저리 밟아 베이스라인을 그려나간다.

 그러는 사이 거울을 통해 힐끔힐끔 지휘자의 사인까지도 읽어야한다. 즉 오르간이 현재 교회의 악기로 확고하게 자리잡고 레퍼토리가 정제되기까지 그리고 우리 귀에 아름다운 음악이 들리기까지는 실로 많은 노고가 배어있음을 깨닳을때 미소를 머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오르간 음악이 너무도 경건히 다가올때도 있다. 이는 칼 리히터같은 대 오르가니스트의 음악에서도 맛볼 수 있지만 그보다도 슈바이쳐같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이의 소박한 음악에서 더한 숭고함이 느껴진다.

 슈바이쳐가 38세의 나이로 성직을 버리고 아프리카에 가서 의술을 베풀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음악, 특히 오르간 음악에도 남다른 조예가 있었다. 그리하여 대학시절 유명한 오르간 작곡가 비도르의 문하에서 배우기도 했으며 바흐의 음악과 파이프 오르간 제작에 관한 훌륭한 저작도 남겼다. 또한 람바레네에 있는 동안은 의료사업의 기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유럽으로 연주여행을 떠났다.

 그의 연주가 녹음되어있는 LP를 들어보면, 물론 수준급의 연주이지만, 때로 손가락 놀림이 다른 대가들보다 다소 부족한 면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음악과 함께 녹음되어 있는 그의 인류애와 행동력을 생각해볼때 이만큼 호소력있는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는 연주도 드물 것이다. 음악가의 생애와 철학이 반영되는 음악이야말로 공허한 울림이나 화려한 음향이 아닌 진짜배기 음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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