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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 대한민국 하늘을 열다-9] 한민족 최초 파일럿의 탄생

비행선 시대부터 시작되는 한국항공사
"프랑스서 비행연습 하다
휴전조약 하기 직전까지
공기선 타고 156회 비행"

이응호라는 존재 덕택에 현대 한국항공사는 - 비행기(airplane) 시대에 앞서 - 비행선(airship) 시대부터 출발하게 된다.

'신한민보'는 '한인비행가 이 조지 씨…6개월 동안 경력'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 조지 씨는 이번 전쟁에 비행가로 종군하여 저명한 터이라 유럽에 건너가 6개월 동안 공기선을 타고 공중비행으로 법덕 양계를 주행하다가 이번 휴전조약 이후에 그 부친께 근친차로 돌아와 이번 15일에 당지에 도착하여 그 부친께 근친하고 유럽전쟁의 큰 경력담을 진술하였다더라."고 보도했다.(신한민보 1918년 12월 26일)

법국은 예전에 프랑스를 이르던 말이고, 덕국은 예전에 독일을 이르던 말이며, 법덕은 예전에 프랑스와 독일을 함께 이르던 말이다. 법덕 양계는 프랑스-독일 국경지대를 뜻한다.

같은 신문은 며칠 후 '스탁튼 데일리 레코드'(Stockton Daily Record)를 주로 인용하면서 이응호가 "프랑스로 건너가 3개월 동안 비행연습 하다가 바로 휴전조약 하기 전에 공기선을 타고 156회를 실수 없이 비행하였음으로"라고 쓰고 있다. '이응호가 공기선을 탔다'는 내용은 원래 미국신문 기사에는 없던 것으로 '신한민보'가 자체적으로 추가한 것이다.(신한민보 1919년 1월 2일)



위 두 신한민보 기사에 등장하는 '공기선'은 '비행선'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응호는 1차 세계대전에서 처음에는 비행선 조종사였다가 나중에 비행기 조종사로 전환했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끝까지 비행선 조종사였던 것 같다. 비행선은 1912년 이탈리아군이 이탈리아?터키전쟁에서 폭격기로 처음 사용하면서 무기로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이후 정찰?폭격, 수송, 전단살포 등을 위해 사용되다가 1940년대로 접어들면서 군사적 목적으로는 비행기에 완전히 자리를 내줬다.

이응호가 비행기 조종사로도 활약했는지 여부는 불확실하지만 그가 비행선 조종사였다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현대 한국항공사는 비행선 시대부터 시작됐다는 사실이 확실해진다.

또 이응호를 필두로 그 시대에 항공력을 수단으로 독립전쟁을 준비했던 다른 한인들과 이 같은 움직임을 조직화 공식화했던 대한민국 임시정부로 인해, 한국항공사는 미국, 프랑스 등 다른 항공선진국들처럼 민간이 선도하고 군이 뒤따르는 과정이 아니라 군항공이 선행하고 민간항공이 뒤를 따르는 독특한 양상을 띠게 됐다.

이응호는 전장에서 돌아온 직후 제대한 것 같다. 당시 신문은 "이응호가 장차 뉴욕에 사는 약혼자의 아버지가 소유한 고무공장에서 일하며 작은 가정을 이룰 것"이라는 요지로 보도하면서 기사 제목을 '비행가 이윤호 씨는 다시 평민생활을 시작'이라고 붙였다.(신한민보, 1919년 1월 2일)

이응호가 뉴욕행을 결심한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리 조지 씨는 장차 우리 국가에 유공한 도움이 되고자 전기기계학을 공부할 차로 6월 3일 뉴욕을 향하여 출발하였다더라."(신한민보, 1919년 6월 7일)

백인 주류사회로부터도 전쟁영웅 대접을 받았지만 전쟁이 끝나자 군복을 벗고 조선 독립에 일조할 목적으로 전기공학을 공부하기 위해 부인이 기다리고 있던 뉴욕으로 떠났다는 얘기다. 이듬해 작성된 미국 연방정부 인구조사자료에는 이응호가 뉴욕 거주자로 나타난다.

이응호의 한국이름과 관련, '신한민보'는 이응효로 쓰기도 하고 이윤호로 쓰기도 하는 등 일관성이 없으나, 이응호가 맞다.

이응호는 제1차 세계대전을 맞아 러시아군이나 미군이나 영국군으로 참전했던 다른 한인들처럼 전장에 나가 군사적 노하우를 익혀 후일 조국의 독립전쟁에 활용하려고 미군 파일럿이 된 것으로 보이며, 그 과정에서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한민족 최초의 파일럿으로 날아올랐다.

〈김영옥재미동포연구소 제공>

글=한우성
프리랜서 언론인
AP통신 기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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