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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다툼의 쌀'로 변한 '사랑의 쌀'

한인 교계가 어수선하다. 교계 단체들이 5년간 주도해왔던 '사랑의 쌀'논란 때문이다.

올해 사랑의 쌀 나눔 운동을 주관한 남가주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남교협)가 참여 단체들과 협의 없이 독단적으로 결산공고를 한 것이 문제였다. 함께 공동주최한 오렌지카운티교회협의회, 성시화운동본부 등은 "절차가 잘못됐다"며 일제히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급기야 교계 단체들이 지난 19일 개최한 기자회견은 서로간의 비방으로 얼룩졌다. 연말에 소외된 이웃에게 온정을 베풀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사랑의 쌀'이 '다툼의 쌀'로 변질된 순간이다.

이번 논란은 한인 교계의 수준과 현실을 총체적으로 드러냈다. 기독교가 본질에서 어긋나면 어떤 폐해를 낳는지 직접적으로 보여줬다. 교계 단체간의 이권 싸움, 잘못된 관행, 목회자로서 역할 상실, 아전인수식 성경해석 등 수많은 문제가 뒤섞였다.



우선 이권 다툼의 현실은 심각했다. 대외적인 취지와 달리 이면에는 교계 단체간의 뺏고 뺏기는 주도권 싸움이 전개됐다. 이날 남교협은 보도자료를 통해 "사랑의 쌀을 왜 성시화운동본부에 빼앗겼느냐"는 이슈가 실제 존재했음을 폭로하며, 이를 다시 찾으려 했던 경위를 구구절절 변명했다.

이는 매우 실망스러운 '사실'이다. 선행이 교계 인사들에겐 고작 주도권을 뺏고, 되찾아야 할 의미였다는 말인가. 이미 교계 내에선 사랑의 쌀 운동에 대한 논란이 여러 해 전 부터 존재했다. 남교협에 앞서 지난해까지 행사를 주관해왔던 성시화운동본부 역시 매년 결산공고 때마다 상세한 지출 내역 등의 자료를 공개하지 않다 보니, 결산 자체보다 과정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사랑의 쌀 논란은 투명하지 못한 과정을 바탕으로 유명 목회자부터 각 교계 단체장, 여러 교회들이 서로 얽혀있다. 기자회견에선 목회자 간의 다툼이 이어졌고, 그들이 발표한 보도자료에는 서로에 대한 추궁 및 의혹 등을 제기하며 마치 진흙탕 같은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논란을 보도한 언론사를 향해 "남가주 모든 교회, 목회자, 성도들의 명예가 실추되고 윤리.도덕.신앙적으로 타격을 입었기 때문에 책임을 묻겠다"며 발끈했다.

언제부터 남교협이 한인 교계를 대표했나. 도대체 누가 누구에게 명예를 실추시키고, 타격을 입힌다고 주장하는가. 오히려 이런 상황에 대해 논란을 일으킨 목회자들은 교계와 사회를 향해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

게다가 성직자들의 기자회견은 이성보단 그릇된 종교적 신념이 앞섰다. 남교협은 "골리앗 앞에 선 다윗과 같은 심정"이라며 자신을 다윗에 투영하는가 하면, 보도자료에는 성경구절까지 인용하며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려 했다.

신학을 공부한 목회자기 때문에 아마 더 잘 알 것이다. 성경이 아무 상황에나 가져다 붙이는 개념인가. 성경은 개인의 주장이나 사상을 뒷받침하라고 주어진 게 아니다. 신의 뜻을 깨닫고 이를 성도에게 전하기 위해 성경을 보는 게 목회자로서 훨씬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태도일 것이다. 종교담당 기자로서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며 불편한 마음을 감출수가 없다. 진정 묻고 싶다. 누구를 위한 '사랑의 쌀'이었는지.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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