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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한인단체 분란'은 불치병인가

김동필/사회부장

"왜 하려고 그러세요." 지인 한 분이 단체장 선거에 나서겠다고 했을 때 무심결에 나온 말이다. 본인은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겠지만 굳이 남들 입방아에 오르내릴 수도 있는 일에 나서려는 이유가 궁금했다. 돌아온 대답은 "한인사회 위해 봉사 한번 해야지"였다.

하지만 현실은 이상과는 거리가 먼 모양이다. 좋은 뜻으로 시작했던 분들도 임기를 마칠 즈음이면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 많다. 단체를 이끌어 가는데 힘든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라는 얘기다. 사연을 들어보면 대부분 단체 구성원들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특히 타운과 별 유대없이 지냈던 분일수록 실망의 강도가 크다.

한인사회에는 봉사단체, 친목단체, 동창회 등 수많은 단체들이 있다. 모두 필요에 의해 생긴 것들이다. 단체 활동의 순기능은 이민생활의 스트레스를 풀고 의미있는 일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활동적인 분들은 몇 개의 단체에 몸 담기도 한다. 하지만 단체가 친목의 수준을 넘어선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공공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단체 이름에 '한인'이라는 브랜드를 사용하거나 외부 기금을 받는 곳이라면 더 하다. 당연히 구성원들의 공인의식도 요구된다.

안타깝게도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것이 '한인단체 분란'이다. 백보 양보해 너나없이 '잘 난 사람들'이 모인 곳이니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고 치자. 문제는 수습방식이다. 내부적으로 충분히 봉합이 가능한 사안임에도 기어이 갈등을 확대 재생산하고야 만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다며 경찰을 부르고 법정에 호소하고 투서를 한다. 울타리 밖의 힘이라도 동원해 상대방을 완벽하게 제압하고 말겠다는 심산이다. 오죽 했으면 한 법원 판사는 "이런 일도 법정에 갖고 오냐"며 핀잔을 줬다는 후문도 들린다.



한인사회를 위해 존재한다는 단체들이 오히려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주목할 것은 분란 단체와 시점은 달라져도 이유는 대동소이하다는 점이다. 한결같이 불투명한 공금사용, 감투싸움, 편가르기가 단골 주인공들이다.

최근 불거진 몇몇 단체의 분란도 이들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공금을 '주인없는 돈'이라고 여기는 그릇된 생각, 괜한 명예욕, 쓸데없는 자존심이 화근이다. 단체의 정체성이나 사업 방향을 둘러싼 논란이라면 생산적이기라도 할 것이다.

그동안 많은 '수업료'를 치렀음에도 허사다. 안타까운 것은 그렇다고 개선 불가능한 사안들도 아니라는 점이다. 개인 감정이나 이해득실 보다 '공익단체'라는 생각을 조금만 앞세운다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전이 없는 것은 운영 주체들의 인식 부족 혹은 자질 미흡, 아니면 둘 다로 밖에 볼 수가 없다.

개인적으로 '단체 무용론'에는 반대다. 역할 공간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한인사회 권익향상에 앞장서고 정부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을 긁어주는 것이 단체들이다.

그러나 비록 일부라도 이런 문제가 반복된다면 커뮤니티의 '단체 기피증'만 커질 것이다. 커뮤니티의 관심과 지원을 받지 못하면 존재 의미를 상실할 것이고 결국은 모두가 손해를 보게 된다.

한인사회의 역사가 깊어지면서 다방면에서 업그레이드가 되고 있지만 유독 단체 운영 행태만은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커뮤니티의 발전을 이끌어야 할 곳들이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다.

'봉사'를 강조하던 초심으로 돌아가 스스로를 재정비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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