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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 찾는 나이에 공개적인 좌절, 심각한 트라우마 불렀다

'짝' 프로그램에 비친 정신건강

한국인은 체면 문화가 정서의 바탕
자존심 훼손되면 극단적 선택 가능
자신을 사랑하고 굴욕 타협 말아야


한국의 리얼리티쇼 프로그램인 '짝'의 한 여성 출연자가 촬영 도중에 자살한 충격(지난 3월5일)이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다. 젊은 남녀 5쌍이 나와서 일주일 정도 한 장소에 지내면서 짝을 찾는 이 프로는 이곳 한인들에게도 인기여서 관심이 크다. 수잔 정 조만철 정신과 전문의로부터 이와 관련한 얘기를 들어 보았다.

-이 여성은 초반에는 남성들에게 인기였다가 점차 상황이 바뀌었다는 언론 보도였다. 이번 일이 누구나에게 일어날 수 있다고 보는가.

"(정) 당시의 정확한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다만 보도된 내용을 통해서 볼 때 인간의 발달 단계로서 짝을 찾는 연령층에서는 누군가가 나를 선택한다는 것은 궁극적인 나의 성취이며 축복으로 받아들이는 때이다. 선택받지 못했다면 자존심의 손상이 된다. 그런 심리적 배경이 자살로 이어졌다고 본다."



"(조) 정상인 즉 정신적으로 건강한 상태에서는 최악의 상황이라도 목숨을 끊는 선택은 하지 않는다. 이같은 선택을 했을 때는 이미 '정상'에서 벗어난 것이다. 비록 일주일 정도로 짧다고 해도 극심한 스트레스와 충격이라면 얼마든지 '정상'에서 '비정상'으로 넘어갈 수 있다. 그래서 정신과 의사로서 이 프로를 어떤 식으로 만드는지 궁금하다."

-리얼리티쇼는 미국서도 인기인데 출연진들의 심정이 비슷할까.

"(조) 문화차이가 있다고 본다. 미국은 중요한 가치관이 '옳고 그름'에 있다. 따라서 '내가 옳지 않았다'가 결정적 순간이 될 수 있다. 한국은 남이 나를 어떻게 보아주느냐 하는 체면이 손상되었을 때의 수치심이 정서의 바탕이다. '부끄러워서 못 살겠다'가 이를 잘 말해준다. 이 여성도 '이제 한국에서 난 못 살아'라는 말을 남겼다고 들었다. 그러나 미국 기준으로는 짝으로 선택받지 못한 것은 옳다 그르다가 아니기 때문에 약간 기분 나쁜 정도에서 끝난다."

"(정) 맞는 말이다. 서양에서는 개인의 독립심과 자신감있는 행동을 으뜸으로 삼는다. 이런 사람에게 박수를 쳐준다. 동양의 미덕은 홍익인간 즉 개인의 희생으로 전체의 영광을 도모한다. 미국에서 인기있는 리얼리티쇼인 '서바이벌'을 잘 보는데 여기서도 무인도에서 실력이 없으면 살아남지 못하고 패자로 사라져야 한다. 또 '짝'처럼 매칭쇼가 있는데 여기서도 승자와 패자가 갈리지만 카메라를 비롯해 출연진들도 승자의 기쁨에 포커스를 맞춰서 함께 박수쳐 주지 패자의 아픔을 한국처럼 클로즈업 시키지는 않는다. 좀 잔인한 것 같다."

-왜 리얼리티쇼가 지금 대세일까.

"(정) 인간 본성의 하나가 남의 행복보다는 불행이 닥쳤을 때 어떻게 하고 있는지 '구경해 보고 싶은 욕구'이다. 어디서는 '현대인의 관음증'이란 표현을 썼는데 정신과적으로는 다른 의미지만 전체적 뉘앙스는 비슷하다. 드러내보이고 싶지 않은 누군가의 '좋지 않은 비밀스러움'을 몰래 보고 싶은 충동을 자극시켰다고 할까."

"(조) 현대인은 인터넷 스마트폰 등으로 직접 얼굴을 맞대는 대인 관계가 점차 상실되어 가면서 이처럼 리얼한 프로를 통해 간접 체험을 해보고 싶은 심리가 발동된다. 이런 저런 상황에 처했을 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할지 항상 궁금하기 때문이다. 만일 옛날처럼 직접 누군가와 맞대면할 기회가 많았다면 지금처럼 리얼리티쇼도 인기를 얻지는 못했을 것이다. 직접 체험으로 이미 그 상황을 알고 있기 때문에 흥미가 없는 것이다."

- 평상시 길러 두어야 할 마음자세는?

"(정)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자. 이것은 교만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나를 소중하게 사랑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신적인 건강의 가장 핵심 포인트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만족해 하는 나를 위협하고 굴욕을 주려는 사람 혹은 어떤 상황에 협조하지 않는 것이다. 협조하고 안 하고는 그 칼을 내가 손안에 쥐고 있기 때문이다."

"(조) 옳은 말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추가한다면 감기도 초반에 의사를 찾아야 빨리 낫는다. 정신적인 아픔도 마찬가지다. 상처가 적을 때 미리 손을 써 둘수록 든든한 삶을 살 수 있다."

김인순 기자

칭찬이 중요한 시기 야단치는 것 삼가야
심리사회적 발달 단계


▷1단계(신뢰감 대 불신감)= 1살 까지에 나타난다. 인간이 가장 무력한 시기로 엄마(일차 보호자)에게 전적으로 의존. 입으로 통교하기 때문에 배고픈데 만족 못 되면 세상에 대한 불신감이 형성. 의심많은 아이로 자란다.

▷2단계(자율성 때 수치심)= 프로이드의 항문기에 해당. 2~3살. 부모와 의지의 마찰 시기로 배변훈련이 중요 영향. 배변을 참기도 하고 배설도 하면서 자율성과 능력을 시험하는데 이때 실수했다고 혼내면 수치심으로 형성.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는 자신없는 아이로 된다.

▷3단계(주도성 대 죄의식)= 3~5살. 주도성이 강해지는 시기. 뭔가 혼자서 해보는데 야단치면 '나는 나쁘다'로 죄의식으로 되어 쉽게 내탓으로 돌리면서 도전에 겁먹는 아이가 된다.

▷4단계(근면성 대 열등감)= 초등학교~11살. 집 밖의 영향에 노출되면서 노력해서 인정받을 때 성취감. 그러나 조롱과 거절을 당할 때 열등감을 키워 자격지심이 심한 아이가 된다. 칭찬이 중요한 시기.

▷5단계(자아정체감 대 역할혼돈)= 12~18세 청소년기. 정체성에 대한 심사숙고 기간. 자아상이 확립안되면 불안상태로 성인기를 맞는다.

▷6단계(친밀감 대 고립감)=청소년 말기부터 성인 중기. 우정과 성적 결합으로 친밀관계를 형성. 잘 안되면 자신을 나타내는데 두려움이 크다. 타인의 정체성과 융합 능력을 키우지 못할 때 심한 고립상태가 된다.

▷7단계(생산성 대 침체감)= 중년기로 35세~50세. 완전한 성숙기에 해당. 다음 세대를 가르치고 도움주려는 욕구가 강한데 좌절되면 침체감권태대인관계 약화를 가져온다.

▷ 8단계(자아통합 대 절망감)= 황혼기로 자아통합되어 안정감을 느껴야 하는데 잘 안되면 인생허무로 심한 절망감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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