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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자비로운' 불합격 통지서

김완신/논설실장

대학입학 합격자 발표 시즌이다. 이미 많은 대학들이 합격자를 통보했고 내달 초 동부 사립대학의 발표를 남겨두고 있다. 한 대학에 불합격했다고 진학 기회를 영원히 잃는 것은 아니지만 낙방의 경험은 고통스럽기 마련이다. 특히 입학하기를 가장 희망했던 학교로부터 불합격통지를 받으면 좌절이 클 수밖에 없다.

대부분 학교가 이메일 등으로 합격여부를 통보하지만 아직도 우편으로 보내는 대학들이 많다. 합격자에게 보내는 봉투는 입학 관련 서류들을 동봉해 두껍고, 불합격자에게 보내는 봉투는 얇다고 한다.

합격통지와 불합격통지에는 전형적인 형식이 있다. 대부분의 합격자 통보는 '축하합니다(Congratulations!)'로 시작한다. 편지봉투나 이메일을 처음 열었을 때 이 단어가 먼저 눈에 들어오면 일단은 안도하면서 편지를 읽을 수 있다.

합격 통보는 단지 축하를 전하면 되지만 불합격 통보는 다르다. 합격 통보에 비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불합격 통지문 앞에 나오는 일반적인 문구는 '우리 학교에 지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Thank you for applying)'다. 불안한 마음으로 편지를 읽어 내려가면, 최대한의 예우로 '거절'의 이유를 에둘러 설명한다. '당신은 충분히 자격이 있지만 우리 대학에 다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 못해 정말 유감스럽다.' '귀하의 서류를 면밀히 검토했지만 지원자가 크게 늘어 합격시키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다른 학교에서 당신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등등 정중하면서도 간접적인 표현을 사용한다. '불합격'이라는 구체적인 말은 찾아보기 어렵다.



몇해 전 매사추세츠와 캘리포니아의 12학년생 수백명이 한 인터넷 사이트에 자신들이 받은 불합격통지서(Rejection Letter)를 올린 적이 있다. 학생들은 이들 통지서 중에서 가장 직설적으로 낙방을 통보했던 학교와 반대로 불합격자를 배려했던 학교를 선정했다.

그 결과 가장 강한 표현으로 불합격을 통보한 대학은 베이츠 칼리지였다. 불합격의 근거를 이렇게 적었다. '베이츠 대학 입학관계자들은 수많은 지원자 중에서 착실하게 공부할 학생을 뽑아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불합격 학생들은 이 말을, 자신들은 착실하게 공부할 것 같지 않아 떨어졌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이밖에 '이번 결정은 최종이고 어필할 수 없음''전화 문의 불허'등을 통지서에 적어 학생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기도 했다.

반면 그해 불합격 통지서 '품평회'에서 가장 따뜻한 말로 낙방 학생들의 마음을 달래주었던 학교는 하버드대였다. 불합격 통지서는 거의 위로의 말에 가깝다. '과거의 경험에 비춰볼 때 학생들이 어느 학교에 진학하느냐보다는 대학 4년동안 어떻게 공부해 자신을 개발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하버드가 아니더라도 성공할 수 있다는 우회적 표현이다. 이 말이 낙방생들에게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아픈 마음을 다독여줄 수는 있을 것 같다.

원하는 학교에 진학하지 못하는 것은 청소년들이 일생에서 맞는 첫번째 시련이다. 살다보면 누구나 실패와 좌절은 있다. 천재 아이슈타인도 취리히 연방공과대학 시험에 응시했다가 낙방한 경험이 있다. 워렌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도 하버드대에 지망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버핏 회장은 당시 가족들의 실망이 크고 자신의 꿈도 깨져 죽고 싶었다고 회상한다. 그러나 지금은 '대학 실패는 일시적인 좌절이지 영원한 것은 아니었다'고 당당히 말한다.

시련에는 항상 보상이 따른다. 다만 그 보상을 얻기까지는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실의에 빠져있는 학생들에게 불합격 통지서가 건네는 소중한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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