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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충치와 정신질환의 공통점

이수정/사회부 기자

지난 17일 LA한인타운 윌셔템플 강당에는 흑인.히스패닉.한인.중국인 등 다양한 인종 8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고등학생부터 힙합 아티스트, 가정 심리 치료사, 카운슬러, 교수, 의사, 변호사, 경찰, 목사, 정신건강 협력 단체 관계자 등 참석자들은 모두 정신건강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은 한인기독교커뮤니티개발협회(회장 임혜빈.KCCD)가 연방 약물남용 정신건강 서비스국(SAMHSA)과 공동으로 음주.마약.폭력.도박 등 아태계가 겪고 있는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한 첫 번째 회의였다.

KCCD 이사장인 박종대 목사는 미주 한인의 경우 75%가 교회와 연관이 있다며 종교계 관계자들에 대한 정신 건강 인식이나 대처.예방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2세들의 경우 정체성 혼란으로 방황하기 시작하면서 교회 등에 도움의 손길을 찾는데 정작 교회는 이들을 맞이할 준비가 안 돼 있다는 게 박 목사의 설명이다.

2세 목회자인 나성한인교회 샘 고 목사는 "하루는 자살을 생각하는 친구가 있다며 어린 학생이 찾아온 적이 있다"며 "기독교 신자가 아닌 경우에도 어려운 일이 있을 때 교회를 많이 찾는데 이럴 경우 교회도 전문가가 필요하고 정부 지원단체에 대한 정보도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LA카운티 정신건강국(DMH)은 지난 2012년 11월부터 한인 교계를 대상으로 무료 정신건강 세미나 및 교육을 한국어로 제공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미주 한인들의 정신 건강에 대한 인식 개선도 시급하다. 아시안들은 우울증이나 중독 등의 문제를 남에게 솔직하게 말하기 꺼려하는 '수치의 문화(shame culture)'를 가지고 있다. 집안 식구 중 누구 하나 정신병을 앓고 있으면 그 사람은 밖에서 절대 이야기할 수 없는 금기 그 자체다. 문제는 그 아픔을 숨기고 참는다고 해서 병이 없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정의한 정신건강이란 능력에 맞는 업무를 완수할 수 있고, 일상생활에서 겪는 스트레스에 적절히 대처하고, 지역사회에서 효과적이고 생산적으로 활동하고 기여할 수 있는 감정적으로 정서적으로 안정된 상태를 말한다. 다시 말해 정신건강은 정신질환에 걸리지 않은 상태가 아니라 삶의 질과 신체건강, 사회환경 모두를 포함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개인-가정-지역사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지가 함께 해야 가능한 일이다.

우리 모두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충치가 저절로 치료될 수 없는 것처럼 정신 질환도 마찬가지다. 아픈 곳을 치료하자는데 이상하다는 시선이나 부정적인 편견은 버려야 한다.

한때 마약으로 고통받았다는 한 참가자는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내 병을 드러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현실을 직시하고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기 시작하면서 중독증이 호전되기 시작했다"며 "어둠 속에서 혼자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정신질환은 특정 소수만이 아니라 나 자신은 물론 내 가족, 내 친구, 내 동료도 겪을 수 있는 병이다. 우리 모두의 인식전환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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