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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노장 카리 웹의 역전 우승 비결

부소현
JTBC 특파원·차장

지난 20일부터 나흘간 애틀랜타 피닉스에서 열전이 벌어졌다.

LPGA 투어 'JTBC 파운더스 컵' 얘기다. 미국 본토에서 열린 올해 첫 대회인 만큼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총 출동했다.

세계 랭킹 1위 박인비를 비롯해 골프 천재소녀 리디아 고, 디펜딩 챔피언 스테이시 루이스 등 영화로 치면 주연이 여러 명인 초특급 블록버스터라 할 수 있다.

일찌감치 박인비와 수잔 페테르센(세계 랭킹 2위), 스테이시 루이스의 3파전이 예상됐다.



결과에 따라 세계 랭킹이 뒤바뀔 수 있어 특히 관심이 높았다. 그러나 예상을 뒤엎고 대회 첫날 단독선두에 오른 선수는 신예 이미림. 올해 처음으로 LPGA 무대에 데뷔한 루키가 깜짝 선두에 올라 주목을 받았다.

2라운드에서도 이미림의 선두 질주가 이어졌다. 그러나 선두권 내 타수 차이는 겨우 1,2타. 라운드가 이어질수록 선두 경쟁은 뜨거웠다. 이런 가운데 리디아 고가 3라운드에서 선두로 뛰어 올랐다.

최후의 승자가 결정되는 4라운드 후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3라운드까지 공동 20위에 머물렀던 호주 출신 카리 웹이 줄버디를 기록하며 선두로 치고 올라온 것.

마지막 18번홀에서 버디 퍼트를 남겨 논 카리 웹은 만만치 않은 여덟 발자국 내리막 퍼트를 멋지게 성공시켰다. 최종 합계는 19언더파. 그러나 양희영, 이미림, 리디아 고가 1타 차로 뒤쫓고 있던 상황이라 승리를 장담하기에는 일렀다.

18번 홀에 선 세 선수는 약속이나 한 듯 선두인 카리 웹과 비슷한 위치에 세컨드 샷을 떨어 뜨렸다. 롱 퍼트 하나에 우승 트로피가 걸려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퍼트는 야속하게 모두 홀 컵을 비켜갔다.

경기 내내 여러 차례 롱 퍼트를 성공시켜 박수 갈채를 받았던 리디아 고의 공도 홀 컵을 코 앞에 두고 멈춰 버렸다. 백전노장 카리 웹이 결국 역전 우승을 거머 쥐었다.

시상식 후 카리 웹은 최선을 다했지만 우승까지 기대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전 라운드에서 순위가 많이 처져 있었고 선두권의 벽이 워낙 두터웠기 때문이다. 만약 마지막 홀 퍼트를 넣지 못했다면 승리의 영광은 다른 선수에게 돌아갔을 것이다.

아니면 경쟁 선수들 보다 늦게 퍼트를 해야 했다면 압박감에 버디를 성공시키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욕심 없이 툭 밀어 친 퍼트는 홀컵으로 빨려 들어갔지만 우승 트로피를 앞에 두고 친 퍼트들은 모두 홀 컵을 빗나갔다.

거액의 상금이 걸린 어느 골프 대회에서 마지막 1타를 남겨 두고 있던 선수가 퍼트를 하기 전 잠시 기도를 했다. 결과는 성공. 나중에 기자가 퍼트가 제발 들어가게 해달라는 기도였느냐고 물었더니 상금이 얼마인지를 잠깐 잊게 해달라는 기도였다고 답했다.

결정적인 순간 욕심은 본능처럼 움직인다.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 살고 있는 우리는 욕심에 관대하고 욕심을 부려야 성공한다는 믿음으로 산다. 그러나 과한 욕심은 일을 그르치는 원인이 되기 십상이다.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앞두고 있다면 꼭 이루고 말겠다는 욕심 먼저 버리자. 욕심 없는 담대한 도전이 '역전 우승'의 주인공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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