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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푸는 심리]아베롱의 야생 소년

정유석 정신과전문의

인간이 말을 배우는 과정은 운동 신경의 발달이나 새들이 노래하는 능력을 획득할 때와 비슷하다.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가능성은 우리가 태어날 때 이미 유전자를 통해 두뇌에 등록되어 있다.

그러나 이 가능성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유아는 언어를 배울수 있는 ‘기회의 창’이 열려 있는 동안에 남들의 말을 들을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되어야만 한다.

한국 아이는 한국어를 하고 미국에서 자란 한국 아이는 영어를 하듯 아이들은 자기가 어렸을 때 들은 언어를 배운다. 어떤 문화 환경에서 자라고 어떤 언어에 노출되었던 간에 처음에는 남의 말을 흉내 내다가 다음에는 단어를 배우며 나중에 완전한 구절을 구사하는 습득 과정이며 그 발전 단계는 모두 같다.



그러나 언어 학습은 두뇌의 발달 과정에서 미리 시간표에 따라 결정되어 있는 기간 동안에 이루어져야 한다. 이 결정적인 기간인 ‘기회의 창’이 일단 닫히면 남의 말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아무리 많다 해도 말을 배우지 못한다.

시기 놓치면 언어 습득 불가

언어 획득에 있어서 그 기회의 창은 사춘기에 영원히 닫히고 만다. 좀 더 자세하게 구분해 본다면 단어를 배우는 능력은 일생을 통해 계속된다. 그러나 단어들의 앞 뒤를 맞추어 문장을 자동적으로 옳게 구사하는 능력은 대략 5-6세에 닫히기 시작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란 후에 배운 언어는 노력에 따라 단어를 많이 알아 글을 읽고 쓰는데는 어려움이 없지만 구어체 언어 구사가 깨끗하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외국어를 배우는 전반적인 능력은 출생시 부터 6살까지가 가장 높으며 그 후에는 이 능력은 점차 감소하게 된다.

기회의 창을 놓치면 언어를 배울 수 없다는 사실은 창문이 닫힐 때까지 인간의 언어에 전혀 노출되지 않았던 ‘아베롱의 야생 소년’의 경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8세기 말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한 작은 마을 아베롱 (Aveyron)에서는 산 속에서 혼자 살고 있던 소년을 발견했다. 그는 옷가지 하나 걸친 것 없는 장발 머리였으며 가끔씩 기괴한 소리를 지르고 아무 곳에서나 오줌 똥을 싸는 한 마리의 야생 동물이었다.

옷을 입혀 줄 때마다 그는 갑갑한 듯 찢어 버리곤 했으며 옷을 벗기면 무척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보였다. 눈이 내리면 흥분해서 벌거벗은 채 눈 구덩이 속에서 구르며 뛰어 놀았다. 그의 손바닥과 발바닥은 산짐승의 것과 다름 없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그는 사로잡혔을 때 12살쯤 되었으리라고 추정되었다. 사람들은 그를 ‘빅터’라고 이름지어 불렀다.

교육도 적시에 받아야 효과

그는 말을 전혀 하지도 알아 듣지 못했다. 사람들이 서로의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 언어를 사용한다는 이해조차 없었다.

이 야생 소년의 소식이 프랑스 전국에 퍼져 큰 화제의 대상이 되자 사람들은 1800년 빅터를 파리로 데려 왔다. 그 당시 의사였던 장 마르크 이타르 교수는 마침 인간의 행동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연구하던 중이어서 빅터를 자기가 맡아 기르겠다고 자원했다. 빅터를 문명 세계로 데려 오기 위해 이타르 교수는 우선 그를 파리 농아 학교에 입학시겼다. 그리고 그 후 5년간 그는 꾸준히 빅터에게 말을 가르쳤다.

오랜 훈련으로 인해 빅터는 혼자서 옷을 입고 세수를 하고 머리를 빗는 등 많이 문명화 되었으나 끝내 말은 배우지 못했다.

5년에 걸쳐 이타르 교수가 쏟아 부은 노력의 결과로 빅터는 겨우 ‘우유’(lait) 또는 ‘오 하느님’(O Dieu) 같은 단어 몇 개를 배운 것 뿐이었다. 그것조차 가끔씩 제대로 발음하지도 못했다. 빅터에게 언어 획득을 위한 기회의 창은 이미 오래 전에 닫히고 만 때문이었다.

마침내 이타르 교수는 빅터를 교육시키는 것에 단념하고 말았다. 결국 빅터는 교수 집에서 일을 하던 가정부가 데려다가 길렀는데 차차 대중의 관심 밖으로 사라져 있다가 마침내 1828년에 외롭게 사망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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