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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로그인] 정다운 온라인 이웃들

[LA중앙일보] 발행 2014/03/31 미주판 19면 기사입력 2014/03/30 16:20

최주미 / 조인스아메리카 차장

'이젠 이별을 했습니다.'

블로그 홈에 한 줄 글제목이 떠올랐다. 지난 겨울이다.
A님은 두 해 가까이 남편의 투병을 지키면서도 틈틈이 담백하고 서정적인 글과 사진으로 오히려 방문자들의 걱정을 위로했던 블로거다.

한동안 뜸하더니 결국 남편을 떠나 보낸 마음의 아픈 고백으로 블로그를 찾아왔다. 10분도 채 되지 않아 상황을 직감한 이웃들의 애틋하고 절절한 댓글들이 조문처럼 이어졌다.

댓글 방문자들은 오롯이 블로그를 통해 교류해 온 온라인 이웃이다. 만난 적도 없이 언제든 로그아웃만으로 간단히 마감되는 위태로운 관계다. 하지만 그들은 소식이 뜸하면 문 두드려 안부를 묻고 위로를 남기고 다시 볼 것을 희망하며 가상 아닌 현실로 진심을 나눴다.

지금은 소셜 3.0의 시대, 육체적 실체와 접촉하기보다는 감성적 객체와 온라인에서 접속하며 무한 확장을 거듭하는 고밀도 네트워킹의 시대에 우리는 산다. 시간과 거리를 단숨에 초월하는 온라인 미디어의 힘으로 친구나 지인의 한계선은 무너지고 개념과 기준도 거듭 바뀌어간다.

얼굴을 마주하며 맺는 관계는 이제 만남을 이루는 하나의 옵션일 뿐이다. 직접 보지 못한 사람과도 소셜 미디어상의 친구로 맺어지고 세세한 개인의 일상을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과 동시에 나누고 있다.

소셜 문화 속에서의 만남은 진정성이 없다고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구구절절 편지 대신 흔하고 짤막한 메시지를 영혼 없이 날리며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관계'만 양산하는 시대를 한탄해 아날로그에 머물겠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웹 세상에 한 겹만 더 들어가보면 명백한 '사람의 실체'가 살아 숨쉰다.

매일 매일 일기장을 열고 편지를 쓰고 기다리며 답장을 보내는 사람들의 교류가 쉼 없다. 종이에 쓴 손글씨는 아니지만 일상과 관심사를 글로 혹은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하며 사람들은 세상을 향해 편지를 띄운다. 봉투없이, 소리도 없이 날아든 편지에 답장의 댓글을 쓰고 관심과 마음을 올올이 나눈다.
그렇게 사람끼리 만나고 교제하며 때로는 이해타산을 초월한 진짜 친구가 되는 온라인의 마법이 수없이 이뤄지고 있다.

21세기의 일기와 편지는 종이 대신 모니터로, 블로그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 메신저로 대체됐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안에서 따뜻한 교류를 향한 본능적인 전진을 이뤄내고 있다.

두어 주 쯤 후에 한 통의 이메일이 날아왔다. 초창기부터 블로거로 활동하는 S님의 편지였다.

"…사랑하는 남편을 먼저 보내고 힘들어하는 A님에게 보여준 J블로거들의 따뜻한 마음은 이국 생활을 하는 이방인들에게는 귀한 기억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 A님의 안타까운 소식에 저희의 정성을 보내드릴 방도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A님께 조의금을 보내도 될지 여쭈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아날로그 환경에만 감성이 실린다는 오해는 거두자. 차가운 웹조차 따끈하게 달구는 사람의 온기는 이미 온·오프를 초월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마주친 인연에게도 진심을 담으면 된다.

A님은 가슴 뭉클한 블로그 이웃의 노크에 "마음으로 따뜻한 사랑을 받겠습니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라며 떨리는 인사를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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