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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숫자를 세어볼까요

최진수 시인

'녹 절은 휜 못 자리 하얀 나비'라는 제목의 시를 쓴 적이 있습니다.

"뽑은 지 오래되지 않은 못자리에/휜 대못 붉은 녹까지 슬어 박혀있다/뽑으면 더 굽은 못 자리 잡아온 그곳에/흰 부활나비 삼베바람 가른다"라고요. 숫자를 세어볼까요. 하나, 둘, 셋…백까지 세는데도 한참 걸리지요. 천까지 세면 입에 침이 마른지 오래되고 진이 빠집니다. 만까지 차례차례 꼬박 꼬박 셀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무슨 숫자일까요. 이것이 사람 숫자, 그것도 서로 죽이고 죽인 사람의 숫자라면 어떨까요. 그 하나하나가 바로 나 또는 내 가족이 처참하게 죽임 당한 숫자라고 생각하며, 그 장소들 까지 생생하게 떠 올리면 가만히 있어도 몸이 오돌 오돌 떨려 옵니다.

한국군, 유엔군 18만 명, 북한군 52만 명, 중공군 90만 명, 민간인 포함 245만 명이 비참하게 죽어간 한국전쟁, 대한민국 젊은 청년들이 5000명이나 죽고 총 240만 명 이상이 죽어간 베트남 전쟁, 사람하나 죽이려고 만 명을 죽인 바르톨로메오 대학살, 캄보디아 국민의 3분의 1인 170만 명이 학살당한 크메르루주 대학살, 아르메니아 인의 3분의 2인 200만 명이 학살당한 아르메니아 대학살, 후투족과 투치족의 인종 학살로 150만 명이 죽은 르완다 대학살, 미국의 트집으로 시작한 이라크전 희생자 수 120만 명, 170여 년간 8차에 걸친 십자군 전쟁, 1650만 명이 죽어간 1차 세계대전, 4900만 명이 죽고 만 2차 세계대전,아우슈비츠 대학살 150만 명, 난징 대학살 35만명.



인류가 자행한 이런 전쟁 중 상당수가 종교가 배경이 된 전쟁이라고 하네요. 이러고도 아직도 전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사실을 깊이 생각해 보면 인간이라는 것이 부끄럽기만 합니다.

그래도 4월 첫날 가톨릭남가주 한인 사목사제 협의회와 남가주 한인목사회가 공동으로 발표한 '교회부활선언'이 있어 그나마 위안이 되지요. 그동안 말로만 외치던 것을 참회하고 이제는 행동으로 모범을 보일 때라며, 올해부터 부활절과 성탄절때 교회에 들어오는 모든 헌금전액을 불교와 이슬람교국가의 가난한 어린이들을 위해 보낸다고 합니다. 이런 발표 후에 미국교회 전체가 동참할 뜻을 보이고 있고요. 이런 놀라운 사실을 지켜보는 불교와 이슬람교의 지도자들은 석가탄신일의 시주금 전액과 라마단 단식기간이 끝난 후 'Zakat(희사)'의 전액을 기독교 국가의 병든 어린이를 위한 기금으로 낼 것을 검토한다는 군요.

확실히 사람은 위대한 면도 있지 않나 하는 희망을 갖게됩니다. 마음하나 잠깐 바꾸면 그렇게 세상이 달라지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서로 얼싸안고 눈물까지 흘리며 기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쇠잔해져 그런지 왜 이렇게 포근한 봄날에는 낮에도 깜빡 졸다가 못 박은 주위에 하얀 나비가 놀다가는 꿈을 꾸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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