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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한국사람은 가다로워서...'

[LA중앙일보] 발행 2003/09/12 미주판 21면 기사입력 2003/09/11 17:01

이기준 시카고 중앙일보 논설위원

얼마 전 남편따라 서울에서 시카고로 이주해 온 A부인. 서버브 모 지역에서 아파트를 세 얻으려다 민망한 꼴을 당했다. 영어가 서툰 탓에 한국어신문 광고를 보고 통화 끝에 찾아간 아파트에서였다.

이민 온지 30여년 됐다는 집주인 한인여자는 앞장서서 실내에 들어가기도 전에 “한국사람들은 너무 까다로와서…”라고 읊조렸다. A부인은 무슨 말인가 싶었다.

그 아파트는 1층으로 현관과 거실이 거리가 짧은 뒷 담장과 마주해 있는 데다 너무 음침한 것이 우선 거슬렸다. 게다가 거실과 주차장 간격이 불과 2m 정도 밖에 안돼보이는 것도 큰 문제였다. 주차시 거실 안이 너무 들여다보여 블라인드조차 열어둘 수 없을 것 같았다. 여러 아파트를 둘러보았지만 이런 곳은 드물었다. 위치부터 신통찮아 보이는 아파트의 실내 역시 마음에 들리 없었다.

낌새를 눈치챈 주인여자는 다시 한 번 “한국사람은 까다로와서…”라는 말과 함께 미국인 남편이 운전하는 캐딜락을 타고 휑하니 사라졌다. A부인의 눈에 그녀는 이미 더이상 한국인은 아니었다.

“한국사람 까다로운줄 알면서 왜 한국신문에 광고를 냈담 ” 미국의 불경기는 좀체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 같다. 한인들의 사업체에서도 예외가 아니라고 한다. 지난 해에 비해 적게는 20~30%, 많게는 40%까지 매출이 줄었다는 분석이 나온지 오래다.

이 와중에 우리 한국 음식점중 일부에서 ‘한국 손님은 너무 까다로와 별로 달갑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손님 입장에서는 이거야 말로 정말 달갑지 않은 이야기일 것이다. 왜일까.

이같은 불만이 나오고 있는 음식점들은 한결같이 ‘한인 손님들은 요구조건이나 말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몇 개소의 말을 구체적으로 들어보자.

“저 집은 음식 맛이 어떠느니, 밑반찬이 신통치 않느니, 하는 불평들을 하죠. 그러면서도 계속 드나듭니다.

그리고도 식사 도중 수시로 이것 저것 갖다 달라, 하면서 반찬들을 너무 많이 요구해요. 잔심부름이 너무 잦고 요구가 까다로와 귀찮을( ) 때가 많은 게 사실이지요. 외국인들은 그런 경우가 극히 드물거든요.”

“외국인들은 들어와서 줄을 잘 섭니다. 그리고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지요.그런데 한인들은 손님이 많으면 기다리지 않고 그냥 다른 곳으로 가버립니다. 간혹 기다렸다가 자리에 앉은 경우는 주문한 음식이 왜 빨리 나오지 않느냐고 재촉하고 불평을 합니다.”

“외국인은 요리가 자신의 취향이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아무 말없이 다음부터는 오지 않습니다. 그런데 한인들은 ‘그 집 음식은 무엇을 잘 못하느니’ 하면서 소문을 나쁘게 퍼뜨리기 일쑤죠. 자신만 오지 않으면 그만인데 꼭 다른 사람에게까지 좋지 않게 소문낼 필요는 없지 않겠어요 ”

한인이 다른 민족에 비해 까다롭고 말이 많은 경우는 분명 있다. 그러나 1년 단위로 계약이 이뤄지는 주거지 선택에 어찌 까다롭게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음식점의 경우 역시 일부를 제외하고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밑반찬을 무료로 더 서비스 해주는 것은 너무 무리한 경우를 제외하곤 한인 음식점만의 후한 인정이자 오랜 관행이다.

음식 맛에 대한 소문이 퍼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 아닌가. 시간관계상 많은 손님이 붐비는 곳을 피하는 것 역시 인지상정이다.

아전인수(我田引水)란 자신에게 이로운 대로만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이기주의적 사고방식이다. 이에 대해 성현들은 역지사지(易地思之) 즉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라’ 고 했다. 이런 경우 ‘손님은 왕’이 아니라 손님 쪽에서 주인에 대해 역지사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문제는 같은 한국인임에도 ‘한국사람은…’ 이라고 말하는 데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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