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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가난을 아는 부자들

김완신/논설실장

미국 상위 1%의 1년 가구소득은 126만4065달러다. 일반가구 평균소득 3만997달러의 41배다. 상위 1%의 가구소득은 일반인들에게는 꿈같은 액수지만 상위 0.1%의 이른바 '수퍼리치(Super-rich)'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위스콘신주 밀워키에 소재한 세이도프투자사의 자료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상위 0.1%의 가구 연평균 수입은 637만3782달러로 상위 1% 부자보다 500만 달러 이상 더 많다. 이를 전국 평균과 비교하면 무려 206배 높은 수치다.

소득 최상위 계층 0.1%는 어떤 사람들일까. 25%가 금융업에 종사하고 40%는 경영직과 관리직을 맡고 있다. 거주 지역은 뉴욕, LA,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워싱턴DC, 휴스턴 등 대도시에 집중돼 있다.

한국에서도 수퍼리치의 수입이 공개됐다. 31일 발표된 연봉 5억원 이상을 받는 등기임원들의 보수내역에서 1위는 작년에 4개 계열사로부터 301억원의 보수를 받은 최태원 SK그룹회장이다. 2위는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 김형섭 대표로 보수총액은 201억원이다. 같은 날 한국은행은 상용근로자 5인이상 사업체의 근로자 1인당 임금을 발표했는데 월평균 311만100원으로 나타났다. 평균수준의 임금을 받는 근로자가 301억원을 벌려면 700년을 넘게 일해야 한다.



부의 편중은 자본주의의 속성이면서 약점이다. 2012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기구(OECD) 국가 중 부의 편중이 가장 심한 나라는 미국으로 조사됐고 한국은 2위를 기록했다. 미국은 상위 1%가 전체소득의 17.7%를, 한국은 16.7%를 각각 차지했다. OECD국가 중 프랑스, 스웨덴, 일본 등은 상위 1%가 가져가는 소득이 전체의 10% 미만이어서 부의 편중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재산 축적은 지탄받을 일이 아니다. 정당하게 이룬 부를 탓할 수는 없다. 몇해 전 연소득 100만달러가 넘는 부유층에게 중산층보다 높은 세율을 적용하자는 '버핏세'가 연방상원에서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된 적이 있다. 그때 공화당은 '버핏세는 열심히 노력해서 돈을 버는 것에 대해 벌금을 부과하는 것과 같다'며 반대했다. 돈을 남보다 많이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탐욕의 굴레를 씌울 수 없다. 실제로 2년전 미네소타 인구센터 발표에서 미국 1% 부자들은 일반인에 비해 주 50시간 이상 일하는 비율이 3배 높았고 자선기부금의 30%를 이들이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1일 세계 최고 갑부 빌 게이츠 부부도 "자녀에게 재산 상속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아들과 딸이 유산의 도움없이 스스로 자립해 살 수 있도록 교육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760억 달러의 재산을 가진 게이츠는 부인과 함께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운영하고, 워렌 버핏과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에도 참여하고 있다.

빈부격차는 국가정책과 세법 등을 통해 인위적으로 개선할 수 있지만 부유층의 자선이 효과를 발휘하는 사안이기도 하다. 장기간 경기침체에도 부자들은 불황을 실감하지 못하지만 빈곤층의 삶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백만장자의 수는 매년 증가하는 반면 빈곤층으로 떨어지는 사람들은 늘고 있다.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자와 빈자의 구분은 항상 있었고 빈곤을 근절한 나라도 없었다. 다만 그 간극을 줄이려는 제도와 노력, 그리고 일부 부자들의 선한 마음이 있었을 뿐이다.

프랑스 사상가 샤를 페기는 "특별한 재능이 없는 부자들은 가난이 무엇인지를 모른다"고 말했다. 역설적이지만 가난을 아는 부자들이 많아져야 한다. 최상위 0.1%의 부자들이 재산의 일부를 내려놓고 1%가 된다고 해도 그들은 여전히 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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