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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개구리 패러디

이기준 시카고중앙일보 논설위원

‘개구리 낯짝에 물붓기’, ‘개구리도 옴쳐야 뛴다’, ‘어정뜨기는 7∼8월 개구리 같다’, ‘올챙이 개구리된 지 몇 해나 되나’,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한다’, ‘우물안 개구리’…. 개구리와 관련된 우리의 전래 속담이다.

대부분 언행이 굼뜨거나 견문과 세상 물정에 어두운 인간의 못마땅함을 풍자하고 있다.

개구리만큼 인간과 가깝고 관계깊은 동물도 드물다. 올드 팬들이라면 어릴 적 개울이나 논두렁에서 개구리 사냥을 한번쯤 해보지 않은 사람도 없을 것이다. 동작이 그리 재빠르지 못해 어린이의 손에도 쉽게 잡혀 온갖 수모( )를 당하는 것이 바로 개구리다.

그러나 티베트에서는 개구리가 매우 영악한 동물로 등장하기도 한다. 티베트신화에는 신출귀몰한 꾀로 자신을 노리는 까마귀를 세번씩이나 속아넘긴 개구리 이야기가 있다.



한편 삼국유사는 개구리를 신성시한 이야기가 나온다. 부여왕 해부루는 대를 이을 아들을 원하는 치성을 드리던 중 사냥에 나선다. 곤연의 어느 바위 앞에서 자신의 말이 슬피 울자 이상히 여겨 그 바위를 치운다. 그곳에서 금빛개구리 모양의 아기를 발견했는데 이 아기가 자라서 후에 금와왕이 됐다는 것이다. 그 뒤부터 개구리는 신성한 동물로 보호를 받았다.

개구리는 인간에게 아주 유익한 동물 중 하나다. 메뚜기·나방·파리·모기 등 농사나 건강에 해로운 해충을 잡아먹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구리의 가장 무서운 천적이라면 뱀 외에도 역시 인간일 것이다.

흔히 응원가중 ‘오뉴월에 개구리 밟듯∼’ , ‘∼개구리 패대기 치듯∼’ 이라는 가사는 연약하기 짝이 없는 개구리의 슬픈 운명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 게다가 각급학교나 연구실의 실험동물로 잡혀 사지가 절단되고 난 데 없이 배가 갈라지기 일쑤다. 이 때문에 많은 동정심을 자아내기도 한다.

국문학사상 유명한 염상섭의 ‘표본실의 청개구리’ 도 이런 예중 하나다. 왜 하필 개구리로 태어났을꼬. 신이 원망스러울 게 너무나 당연하다.

개구리의 특징중 하나라면 무엇보다도 그 우렁찬 울음소리일 것이다. 입의 양쪽 혹은 밑에 있는 울음주머니를 통해서 소리를 낸다. 이 기관은 수컷만 가지고 있다. 수컷이 주로 짝짓기 할 때 암컷을 유혹하는 소리인 것이다. 밤중에 논이나 연못에서 울어대던 개구리 울음소리는 어린 시절의 아련한 낭만적 추억거리다.

삼국유사에는 신라 선덕여왕 때 이 개구리 울음소리 덕분에 적을 퇴치, 큰 변란을 막았다는 설화가 나온다. 당시 초겨울인데도 경주 영묘사 옥문지에 많은 개구리가 모여 3∼4일 씩이나 시끄럽게 울어댔다고 한다. 이에 왕은 즉시 각간 알천과 필탄에게 군사 2천명을 주어 여근곡에 매복중인 적군을 섬멸했다는 것이다. 여근곡과 옥문지는 여성의 성기를 나타내고 개구리는 남근의 상징적 표현이라 적의 매복장소를 쉽게 찾았음을 밝히고 있다.

한편 고려 때 명장 강감찬장군이 경주 도호사로 있을 때 성내의 개구리들이 너무 시끄럽게 울어대 정사를 돌볼 수가 없었다. 이에 돌에다 명령서를 써서 개구리왕에 보냈더니 그 이후부터 울음을 그쳤다고 한다.

이것이 금와헌 설화다.

최근 고국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희화한 개구리 패러디가 큰 유행을 타고 미주지역까지 번지고 있다.

‘가끔 슬피 운다’ , ‘시도 때도 없이 지껄인다’ , ‘올챙이적 생각 못한다’ , ‘어디로 튈지 모른다’ , ‘생긴 게 똑 같다’ 등 이른바 공통점 5가지라는 것이다. 시중에 나돌던 개그가 한나라당원들에 의해 본격화됐다.

이에 발끈한 일부 네티즌들이 이번에는 한나라당과 두꺼비의 공통점 5가지라는 것을 퍼뜨리고 있다.

‘비올 때는 반드시 나온다’ , ‘몸집 크고 늙어서 몇걸음 못가 쉬곤 한다’ , ‘어디로 가는지 명확한 방향이 없다’ , ‘얼굴이 두껍다’ , ‘자기들끼리 엎치락 뒤치락 싸움질 잘한다’ 등이다.

한나라당도 망신이지만 일국의 대통령이 이런 유치한 문구의 우스갯소리 대상이 된다는 것은 국제적 망신이다.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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