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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풀을 찾아 이동하는 유목형 기업

안유회·경제부장

최근 구글은 왕성한 식욕으로 다양한 분야의 기업을 사들였다. 최근 3년간 성사시킨 인수합병은 모두 127건으로 176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2011년엔 125억 달러를 들여 모토롤라의 휴대전화 사업부인 모토롤라 모빌리티를 인수했고 지난 1월에는 32억 달러에 네스트랩을 인수했다. 네스트랩은 모바일 기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집안 온도와 화재 여부를 확인하고 이를 원격조정하는 기기를 개발하는 회사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작년 9월 55억 유로에 노키아 휴대폰 사업부를 인수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같은 운영체계(OS)를 만드는 소프트웨어 회사가 스마트폰 제조사를 인수하는 것은 앞으로 스마트폰까지 만들 수 있다는 의도를 깔고 있다. 구글은 모토롤라를 PC업계 1위인 레노버에 매각했지만 대신 자체 개발한 구글 글래스를 내놓았다. 현재 구글 글래스는 사진과 비디오 촬영 및 공유, 내비게이션, 음성 메시지 전달 기능을 갖고 있을 뿐이지만 언제라도 스마트폰으로 업그레이드 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흐름은 기업이 정주형에서 유목형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세계적인 기업은 한 분야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었다. 농민처럼 한 분야에 정착해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풀이 많은 곳을 찾아 이동해야 하는 유목민의 성격을 띠기 시작했다. 변하고 이동해야 살아 남는다는 것이다.



유목형 시대를 잘 드러내는 것은 IT회사의 자동차 업계 진출 움직임이다.

IT업계의 최강자인 구글과 애플, 삼성은 이미 자동차용 운영체계(OS)를 선보이는 등 자동차 업계에서 격돌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자동차가 이미 IT기기로 변해가고 있는 상황에서 머지 않아 자동차 선택 기준이 얼마나 잘 달리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편리하게 IT를 이용할 수 있느냐로 바뀔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 시점은 IT세대가 자동차의 주력 소비자가 될 때로 예측된다. IT 기술이 자동차 기술에 편입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가 IT 기술에 편입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말이다.

기업의 업종간 이동이 본격화 되면 삼성은 애플뿐 아니라 구글과 경쟁해야 하고 현대는 도요타뿐 아니라 애플이나 구글과 경쟁해야 하는 시대가 올 수 있다. 전화회사가 자동차를 만드는 일은 기계식 자동차 시대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미 애플이 자동차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IT 전문매체 씨넷은 최근 애플의 에이드리언 페리카 인수합병 담당자가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 최고경영자를 지난해 4월에 만났다고 보도했다. 진위 여부를 떠나 스마트폰 관련 업체들은 이미 자동차 시장으로 몰려가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는 지금 먹을 풀이 많은 자동차 업계로 이동할 채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은 전기차 테슬러 자체가 유목형 기업이다. 2003년 페이팔의 최고경영자이던 엘롬 머스크가 창업한 테슬러사의 시가총액은 300억 달러다. 전통의 자동차 강자 제너럴모터스가 쌓아올린 시가총액의 절반이다. IT회사의 최고경영자가 자동차 회사를 창업해 10여년만에 거둔 놀라운 성과는 IT업계와 자동차 업계 모두를 충격에 빠트렸다. 테슬러 자동차에는 한 가운데 17인치 크기의 LCD가 자리잡고 있다. "자동차는 가장 큰 모바일 기기가 되어가고 있다"는 아우디의 루퍼트 슈타들러 회장이 말을 실감나게 한다. 무인 자동차까지 상용화되면 자동차는 움직이는 IT 사무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IT기술이 거의 모든 산업을 빨아들이는 지금 한 분야에 정착하는 기업은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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