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20/20] 강물에서 건져 올린 아이들
김완신/논설실장
텍사스주에는 1999년부터 시행된 '베이비 모세법(Baby Moses Law)'이 있다. 양육하기 어려운 아기를 합법적으로 포기할 수 있도록 허용한 법이다. 텍사스주에서 처음 시작됐지만 현재는 50개주 모두가 이 법을 시행하고 있다. '안전한 천국법(Safe-Haven Law)'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지만 법의 취지는 동일하거나 유사하다.
캘리포니아주도 2001년부터 신생아 포기를 합법화 하고 있다. 주법에 근거해 LA카운티도 2001년부터 '안전한 포기(Safe Surrender)'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산모가 아기를 원하지 않거나 양육할 능력이 없는 경우 산후 72시간 내에 병원이나 소방서에 맡기는 제도다. 물론 산모의 신분은 비밀이 보장되고 아기를 포기한 이유도 묻지 않는다. 엄마가 14일 안에 아기를 원할 경우 다시 찾을 수 있다.
2001년 1월 신생아 포기법이 시행된 이래 주 전체에서는 2013년 9월 30일까지 560명의 아기가 맡겨졌다. 이중 109명이 LA카운티에서 태어난 아이들이다.
주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대개 위탁 아이의 나이는 신생아로 제한한다. 네브래스카주에서는 2008년 7월 이 법을 처음 시행했는데 '아동'의 범위를 18세 미만으로 정의하면서 맡겨지는 청소년들이 폭주해 전국 평균의 7배를 넘기도 했다. 결국 법 시행 4개월 만에 18세 미만에서 생후 30일 이내로 대상을 축소했다.
7일자 본국 중앙일보는 한국의 베이비박스에 맡겨지는 아이들의 실태를 보도했다. 미국처럼 양육포기를 합법화하지는 않지만 서울 난곡동 주사랑공동체교회에서 '베이비박스'에 들어온 아이들을 보호하고 있다.
베이비박스는 미혼모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양육하기 어려운 아기들을 놓고 갈 수 있도록 한 상자를 말한다. 2009년 12일부터 올해 4월까지 438명의 아이들이 베이비박스에 남겨졌다. 이들 아기들은 경찰서.구청 등을 거쳐 아동시설로 보내진다고 한다.
신생아 포기를 법으로 허용하는 것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찬성하는 측은 낙태, 살해, 유기로부터 아기들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한다. 법의 시행으로 한 해에 수십명 아기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반대하는 측은 아무런 제재없이 아기를 포기할 수 있게 만들어 책임감 없는 부모들이 남용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버려지는 아이들의 숫자는 매년 늘고 있다.
아기는 엄마가 기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불행하게도 모든 엄마들에게 형편과 능력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아기들이 유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차선책으로 만든 것이 '베이비 모세법'이다. 그렇지만 엄마와 자식 간의 천륜을 끊는데 법이 일조했다는 비난은 면할 수 없다.
모세라는 이름에는 '강물에서 건진 아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베이비박스의 아이들은 인생의 출발에서 이미 강물에 던져지는 아픔을 겪었다. 그들이 살아갈 많은 날에 더 이상의 깊은 강물이 없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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