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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부모보다 교사가 더 잘 안다

[LA중앙일보] 발행 2014/04/09 미주판 23면 기사입력 2014/04/08 20:19

수잔 정/소아정신과 전문의

교회 안의 작은 사무실에서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를 목적으로 정신과 환자를 보기 시작한 것이 거의 15년이 되었다. 처음에는 한인타운 근처에 교회가 있어서인지 갓 이민온 분들이 많이 찾아 왔다. 그러다가 몇년 전 버뱅크로 이사온 후부터는 환자의 분포가 재미있게 변했다. 주위에서 잘 아는 분들로부터 '정신과에 데려가 보세요'라고 하는 조언을 듣고 자녀를 데리고 오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과거에 많이 들리던 '정신과는 미친 사람만 간다' '창피해서 안 간다' '행여 나중에 취직이나 군입대하는데 지장이 있을까봐' 등의 잘못된 생각들은 많이 줄었다. 연령에 따라서 추천하는 분이나, 병의 종류도 다양하다. 가령 2~4세 유아인 경우 유아원 원장님이나 선생님들이 또래의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사교성이 부족하고, 대화를 피하는 경우에 '자폐성 경향이 있는지' '선택적 함구증은 아닌지' 등을 의심해서 보낸다. 유치원~초등학생의 경우에는 수업시간에 문제가 먼저 발견되는 주의산만증을 선생님이 충고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장애가 있으면 또래 아이들에 비해서 행동 조절이 안되기 때문에 선생님들의 눈에 금방 띈다. 본래 공부시간의 지루한 과제나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도파민 등의 화학 물질분비가 뚝 떨어진다. 그로 인해 산만증세는 심해지고 집중력도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집에서는 엄마와 나, 일대 일의 경우가 많고, 주위로부터 자극도 적으니 부모의 눈에는 이런 증상이 발견 안 될 수도 있다.

불안이나 우울증 드물게는 양극성 질환으로 고통받다 보면 급격하게 성적이 떨어지고 간혹 자살을 동경하는 아이들도 나온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본인의 괴로움을 말이나 글로 표현하고 나면 많은 경우에 행동화되는 것이 예방된다. 그래서 전문가를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본인 스스로 혹은 주위의 도움만으로는 감정조절이 불가능할 때에는 병원에 입원시키거나 정신과적 약물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신과 문제는 몇 가지 증세가 한꺼번에 오거나 아니면 한 가지 병이 있다가 다른 문제들이 합병되거나, 공존하는 경우가 많다. 좋은 예가 자폐증 환자에게 주의산만증이 동시에 오거나, 우울증 환자에게 불안 증세가 같이 나타나는 경우이다.

흥미로운 것은 행동 항진이 없는 주의산만증이다. 대부분의 부모는 주의산만증은 아이가 가만히 있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뛰어다니거나 집중을 못해 공부를 못하는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가 초등학생 때에는 A를 받던 자녀가 갑자기 중학생이 된 후 우울증에 빠지거나 스트레스 때문에 등교를 거부하고 D나 F학점을 받아오면 크게 당황하게 된다.

주의산만증과 지능(IQ)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선생님과 부모의 지도를 잘 따르면 사춘기 전까지는 산만증세가 있더라도 높은 지능으로 인해 자신을 조절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호르몬분비가 왕성해지는 사춘기가 되면 잠재적 ADHD(inattentive type ADHD, 과거에는 ADD라 불렸다) 환자들에게 숨어있던 주의산만증세가 더 이상 조절되지 않아서 우울이나 성적 저하로 나타나는 것이다.

다행하게도 많은 한인 선생님들이 이런 것들을 먼저 발견하고 부모에게 알림으로써 부모들이 자녀를 많이 데리고 오고 있다. 그런 청소년들을 도울 수 있어서 우리 클리닉은 보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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