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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한모원정출산지교

[LA중앙일보] 발행 2003/09/25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03/09/24 17:01

이기준 시카고중앙일보 논설위원

여성에게 출산 즉 분만의 통증만큼 큰 고통도 없다고 한다. 흔히 ‘뼈가 뒤틀리고 살이 찢겨나가는 엄청난 고통’ 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것도 개인에 따라서 진통이 무려 10시간 이상이나 지속되는 경우가 흔하다.

복부에서 마치 거대한 불덩어리가 돌고 있는 듯 하다고도 한다. 그래서 일부 임산부는 진통중 고통에 못이겨 무의식중에 남편에게조차 온갖 욕설을 해대기 일쑤라던가. 왜 임신시켰느냐고 하면서.

여성에 있어서 출산이란 그런 커다란 고통 외에도 엄청난 두려움과 외로움이 따른다고 한다. 분만실에 들어갈 때는 마치 절해고도에 혼자 내던져지는 듯한 절망감마저 들 정도라고 하니까. 이런 여성들이 출산시 가장 믿고 의지하고 싶은 사람이 바로 친정 엄마라고 한다. 남편과 시부모들은 그 다음이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예로부터 출산일이 다가온 임산부는 안정을 찾기 위해 친정을 찾곤 했다. 출산 전후 몸조리 역시 친정이 최고일 것은 마찬가지다. 시모가 아무리 인자하다 한들 친정엄마에 비할까.

전통적으로 친정출산이 가장 보편적인 나라로는 인도가 꼽힌다. 석가모니의 모친 마야도 임신 후 출산을 위해 친정으로 가던 중 석가를 낳았다고 한다. 룸비니 동산에서의 일이다.

투철한 가부장제의 바탕 아래 성장해온 우리 고대 사회에서 여성은 결혼 후 출가 외인이라 친정 출입을 금기시했다. ‘뒷간과 처가는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좋다’ 는 속담도 이와 무관하지만은 않다.

그러나 출산만은 달랐다. 타지 출산은 수치로 여겼지만 친정출산은 얼마든지 장려했다. 고려시대 서류부가혼 제도도 그 예중 하나라고 볼 수도 있다. 이 제도의 진정한 의미는 사위의 처가살이를 뜻했다. 그러나 사위가 처가에서 손자까지 보는 수가 흔했다. 이조 사육신중 한 명인 성삼문 역시 외가 출산의 예중 한 사람이다. 그의 부친 성승은 출산일이 다가온 아내를 멀리 홍주 친정으로 보내 그를 낳게 했다. 성삼문은 외가에서 자라 후에 집현전의 대학자가 됐다.

조선시대 최고의 여류 서화가이자 오늘 날 한국 최고의 현모양처로 추앙받고 있는 신사임당. 신사임당도 조선 최고의 학자 이율곡을 비롯한 4남3녀의 자식을 모두 한양에서 멀리 떨어진 강릉의 친정에서 낳아 길렀다. 자녀들 모두 당대 유명한 선비와 현숙한 어머니가 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오늘 날 자녀교육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어머니들이 역시 한국의 어머니들이다. 자식교육을 위해 세번이나 이사를 했다는 ‘맹모삼천지교’와는 차원이 전혀 다르다. 좀 더 나은 영어발음을 위한답시고 유치원생 자녀에게 혀밑 수술까지 시키더니 이제는 아예 미국 원정출산으로 진화했다.

‘한모원정출산지교’(韓母遠征出産之敎)라고나 할까. 조기유학을 시켜도 어차피 사립학교 입학만이 허용돼 많은 학비를 감수해야 한다. 그럴 바에야 미국에서 출산해 시민권을 받음으로써 공립학교에 들어가 학비도 줄이고 덤으로 병역의무도 피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이 상품을 인터넷에 올린 한 업소의 가격은 미국 LA의 경우 1만3천(자연분만시)∼1만6천5백달러나 됐다.

여기에 산전 추가비용으로 산모 하루 60달러, 동반인이 있을 경우 30일 기준 1인당 1천8백달러다. 게다가 산호 추가비용으로 산모 1일 1백달러, 쌍생아일 경우 하루 1백달러가 붙는다고 한다. 무통분만 주사비나 각 예방주사비는 별도다. 총 2만달러를 훌쩍 넘는 것이다. 우리 한국은 이래 저래 막대한 교육무역 적자국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 고국의 이런 맹렬 어머니들이 미국 정부에 의해 모두 목적외 입국으로 단속되고 있어 국제적인 망신을 사고 있다. 원정출산 대상국인 뉴질랜드도 이미 규제 움직임을 보인지 오래다.

아이를 낳기 위해 친정이 아니라 수만리 타국 객지로 나가는 오늘날의 모친들을 우리 조상들은 과연 어떻게 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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