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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내 남자친구의 이중성격

오수연/기획특집부 기자

"Be nice." 올해 세운 목표 중 하나는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실천은 쉽지 않다. '좋은 사람'이라는 말이 너무 추상적이어서인지 딱히 어떻게 해야지 좋은 사람이 되는 건지도 잘 모르겠다.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고 좀 더 배려하고 욕 좀 덜하고 살면 될까.

얼마 전 즐겨보는 한 토크 프로그램에서 '두 얼굴의 남자친구'에 대한 한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10살 많은 남자친구가 있는데 평소 이 여성에게 너무도 예의가 바르고 다정하다. 그런데 온라인에서 우연히 보게 된 그의 실체는 너무도 달랐고 그래서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이 남성은 음담패설을 일삼고 심지어는 이 여자친구에 대해서도 좋지 않게 얘기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은 크리스마스 때 여자친구가 만든 케이크 사진을 올려놓고 "지는 비싼 지갑 받고 나한테는 손수 만드셨다는 케이크 어이없음. 어린 애들 사귀려면 맛없어도 처먹어야 함"이라고 적혀 있었다고 한다.

상담을 해온 여성은 이 남자의 실체가 알고 싶다고 했다. 이 사연에 대해 패널들은 남녀의 문제가 아닌 인성의 문제라고 결론지었다. 패널 중 한 명인 패션잡지 에디터 곽정은씨는 "본 모습을 보고 싶다면 약자한테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라고 권하고 싶다"며 "약자를 대하는 방식이 나와의 관계가 나쁠 때 나를 대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면 식당에서 서빙하는 사람이 실수를 했을 때 그 사람이 어떻게 대하는지 지켜보라고 했다. 그 모습이 자신과 관계가 안 좋을 때 나올 수 있는 행동이라는 얘기다.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너무도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잣대를 자신에게 먼저 들이밀어 봐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과연 나는 지금까지 약자에게 어떻게 대했었는가 하고 말이다.

세상 모든 관계는 갑과 을, 다시 말해 강자와 약자의 관계로 맺어져 있다. 직장에서는 상사는 갑이고 직원들은 을이다. 식당이나 매장에 가면 손님이 갑이고 직원은 을이다. 남녀 관계에서는 더 사랑하는 사람이 을이라고 한다. 똑같은 사람이 누구에게는 약자로 또 누구에게는 강자로 사는 게 세상이다.

얼마 전 취재차 디스커버리 사이언스센터를 다녀왔다. 아이들이 뛰어 노는 자리인데 한 남성 고객이 직원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욕설을 퍼부었다. 직원의 작은 실수에 그 남성은 입에 담지 못할 욕을 내뱉었다. 욕을 하고 나가던 이 남성은 그래도 분이 안 풀렸는지 몇 번이고 다시 직원을 찾아와 소리를 질렀다. 그렇게 '갑질'을 하면서 그는 자신이 갑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각인시키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손님에게 이렇게 물어보고 싶었다. "당신의 상사가 실수를 했을 때도 그렇게 욕을 퍼부으시나요?"

세상에는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면 약자에게 더 잘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 것이라는 말처럼 착하게 행동하다보면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 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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