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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기회는 남아 있고, 결승선은 아직 멀다

[LA중앙일보] 발행 2014/04/14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14/04/13 18:52

김동필 사회부장

미국에서도 '입시지옥'이라는 비명이 나올 지경이다. 얼마 전 발표된 올해 합격률을 보면 아이비리그를 포함해 이른바 명문대학은 5~10%대에 불과하다.

지원자 100명 중 90명 이상이 '불합격'의 고배를 마신다는 얘기다. 그리고 그 추세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에서는 중복지원, 일부 학교의 지원자 부풀리기 등으로 허수가 있어 발표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지만 명문대 입학이 갈수록 '바늘구멍 통과하기'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교육 전문가들은 '한 세대 전만 해도 없었던 일'이라는 반응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그 해답은 미국의 경제, 사회적 구조 변화에 있지 않을까 싶다. 우선은 일자리 상황의 변화다. 이른바 '글로벌 경제시대'가 되면서 어중간한 일자리들은 전부 미국 밖으로 옮겨갔다. 기업들이 수익성을 위해 생산기지 이전과 아웃소싱을 확대한 결과다. 그러다 보니 미국 내에서는 일자리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서는 명문대 졸업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민자 커뮤니티의 급성장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이민자들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경쟁 무기가 실력이다 보니 자녀 교육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고 그 목표점은 명문대 진학이다.

'교육열' 하면 한인들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다. 주요 관심사에 대해 물어보면 대체로 자녀교육, 돈벌이, 건강 등의 순서로 답이 나온다. 그리고 대부분 자녀교육의 목표는 역시 명문대 입학시키기다. 그러다 보니 자녀를 명문대에 보낸 부모들에게는 주변의 부러움과 함께 '비결 좀 알려 달라'는 청탁도 쏟아진다. 또 사교육 업계에서 가장 성업을 누리는 곳도 SAT 학원이다.

하지만 누구나 원하는 대학에 들어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부모와 12학년생들이 속앓이를 하는 시즌이 왔다.

입시생들은 치열한 경쟁사회의 냉엄함을 처음 경험하는 셈이다. 자녀가 원하는 학교에 떡 하니 합격한 집은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부모들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그러나 원하는 대학의 관문을 뚫지 못했다고 해서 낙담만 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 여전히 미국은 기회의 사회이기 때문이다. 본인 노력 여하에 따라 제2, 제3의 기회를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 본인이 뭔가를 '해야겠다'고 깨닫는 순간 인생의 방향 전환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한국에서 대학을 중퇴하고 미국에 온 선배 한 분이 있다. 이미 결혼해 아이까지 있었으니 당장의 생계수단으로 선택한 것이 가드너였다. 새벽부터 일해야 하는 힘든 생활이었지만 커뮤니티 칼리지에 등록해 저녁에는 학교에 다녔다. 그렇게 본인의 꿈을 향해 한걸음씩 전진했고 대학에 편입까지 했다.

그리고 얼마 후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그의 전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직장에 다니며 다시 법대에 진학했고 변호사 시험까지 합격했다. 당시 마흔 가까운 나이였다. 법대 졸업식에서 '다음엔 또 어떤 시험에 도전할 것이냐'는 농담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 선배를 보면서 인생은 마라톤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빨리 달리는 것도 좋지만 끝까지 완주하는 모습이 더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지 못해 낙담하고 있는 12학년생이 있다면 한마디 해주고 싶다.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그리고 결승점은 아직 멀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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