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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식의 레포테인먼트] 도 넘치게 흥분하는 스포츠 국수주의

두달전 러시아의 소치에서 겨울올림픽이 막을 내렸지만 '여자 피겨의 김연아가 금메달을 억울하게 빼앗겼다'는 관련 보도는 한국에서 그치지 않는다.

오죽하면 미국 최대부수를 자랑하는 경제전문지 '월 스트리트 저널'(WSJ)이 한국의 스포츠 국수주의와 국민감정에 대해 언급했을까.

지정학적으로 중국과 일본 사이에 위치한 탓에 손해를 많이 보고 내세울 것이 많지 않던 과거에 한국은 스포츠를 통한 카타르시스 분출이 국위 선양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41년전 사라예보의 세계 탁구대회 여자 단체전 우승을 시작으로 90년대말 IMF 금융위기때 박찬호ㆍ박세리 '양박'의 선전을 접하며 얼마나 기뻐했던가.



그렇다면 한국은 각종 국제대회 판정에서 항상 손해만 봤을까. 26년전 벌어진 서울 올림픽 복싱 라이트 미들급 결승에서 박시헌이 로이 존스2세(미국)에게 3라운드 내내 일방적으로 맞고도 3-2로 판정승, 금메달을 목에 건 일이 있다.

스트레스를 받은 당사자 박시헌은 한때 '자살까지 생각한 적이 있다'고 고백했지만 미국 언론은 당시에 한번 호되게 지적한 이후에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미국사람들은 이같은 사실을 잘 모른다.

만약 4년뒤 평창 겨울 올림픽에서 한국선수에 유리한 판정이 나올 경우 뭐라고 변명할 것이며 외국언론의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비아냥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야구도 비슷하다. 최근 LA 다저스 류현진(27) 투수의 호투로 메이저리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빈볼 시비후 벤치 클리어링ㆍ불문율 위반에 대한 응징 등 '흉내내기'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

넓디넓은 미국에서는 프로팀 선수들끼리 접할 기회가 적다. 전세계에서 스타가 몰려들며 서로의 개성과 문화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한다.

그러나 한국은 다르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각종 대회에서 자주 경기를 갖고 청소년 대표로 합숙도 하며 심판과 지도자들도 대부분 학교ㆍ고향 선배들이다. 그라운드에서 안면 몰수하고 핏대를 올리며 드잡이를 하기에는 인간관계가 너무나 끈끈하게 형성된 입장이다.

메이저리그서 종반에 점수차가 클때 도루하는 것은 치사한 일이라고 한다. 그러나 타점ㆍ볼넷ㆍ득점ㆍ도루 하나 하나가 전부 돈으로 귀결되는 곳이 빅리그다. 한국야구가 미국의 불문율을 따라하는 것은 아무래도 어색하다. 미국 언론도 몸싸움은 '볼썽 사나운 꼴불견'으로 치부한다.

스포츠는 어디까지 스포츠일 뿐이다. 가족이 사라진 것도 아니고 세상의 종말이 온 것도 아니다. 한국 역시 이젠 개발도상국도, 제3세계도 아니다. 그것보다 훨씬 소중하고 신경 쓰고 흉내 낼 것이 주변에 널려있다.

bong@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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