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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교통위반 벌금의 추억

김완신/논설실장

8년 전 동부로 여행 갔을 때다. 비행기로 보스턴에 가서 나이아가라 폭포를 거쳐 뉴욕과 워싱턴DC를 방문하는 일정이었다. 보스턴 로건공항에 내려 예약해 놓은 렌터카를 찾았다. 차로 보스턴 시내로 들어가 관광한 후 이튿날 버펄로로 향했다. 제한속도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고속도로를 90마일 이상으로 달리다가 경찰에 잡혔다. 나중에 날아온 뉴욕법원의 벌금 통지서에는 170달러가 적혀 있었다.

여행 3일째 워싱턴DC로 갔다. 마침 주말이어서 링컨메모리얼파크 주변에 주차할 곳이 없었다. 5마일 정도 떨어진 거리에 차를 세우고 택시를 타고 파크에 갔다. 관광 후 돌아와보니 차 앞유리에 티켓이 보였다. 소화전에 너무 가깝다는 것이 이유다. 벌금 50달러였다. LA로 돌아온 지 얼마되지 않아 이번에는 뉴욕차량국(DMV)에서 벌금 통지서가 왔다. 심한 과속으로 죄질이 나쁘니 '징벌적' 벌금을 내라는 것이다. 300달러였다.

티켓의 악몽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며칠 후, 또다시 로건공항 렌터카 회사에서 편지가 왔다. 매사추세츠 법원에서 차를 빌린 사람에 대한 신상정보를 요청해, 주었다는 내용이었다. 정보제공 수수료 30달러를 차 빌릴 때 사용한 크레딧카드에 부과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왜 법원이 신상정보를 요청했을까. 얼마 후 궁금증이 풀렸다. 보스턴시 유료 도로 관리국에서 벌금이 날아왔다. 로건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갈 때 통행료를 내지 않고 통과했다는 것이다. 렌터카가 톨게이트를 지나가는 모습이 찍힌 사진을 동봉한 고지서는 통행료(5달러)의 10배인 50달러의 벌금을 내라고 했다. 4박5일 여행 동안 총 570달러의 벌금티켓을 받았다. 여기에 렌터카 회사의 수수료 30달러를 합하면 600달러다.



교통티켓 벌금에 대한 원성이 높다. 일단 위반하면 300~400달러는 낼 각오를 해야 한다. 기본 벌금에 수수료가 붙기 때문이다. 수수료는 법원시스템 운영비로 사용된다고 한다.

교통티켓 벌금이 너무 낮으면 교통 위반을 줄이는 효과가 약하다. 반면 벌금을 높이면 위반 건수는 분명 줄어든다. 그렇지만 무턱대고 벌금을 높일 수는 없다.

미국의 교통범칙금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구매력 기준으로 환산할 때 한국의 3배 정도로 많다. 거기에 매년 금액이 오르는 것도 문제다. 가주의 경우 경미한 과속을 범했을 때 2005년에는 벌금 25달러에 수수료를 포함해 90달러 정도였으나 2014년에는 240달러로 크게 올랐다. 9년 사이에 3배 가까이 인상됐다.

교통위반 벌금은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돼야 한다. 가주의 경우, 시간당 최저임금 근로자가 400달러의 교통위반 티켓을 받았다면 이는 월급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수입 대비 너무 거금이다.

핀란드는 소득수준에 따른 교통 범칙금 차등제를 운영하고 있다. 같은 위반을 해도 많이 버는 사람은 벌금을 많이 내고 적게 버는 사람은 적게 내는 제도다. 지난해 핀란드 부자 사업가 안데르스 위클뢰프는 50km 제한구간에서 77km로 과속해 9만5000유로(약 12만6000달러)의 벌금을 냈다.

이 정도는 아니더라도 납득할만 한 수준의 벌금제도는 필요하다. 법규 위반을 막기 위해 무작정 벌금을 올려서는 안 된다.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사형제도를 남발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벌금의 액수는 '계도(啓導)'와 '처벌'의 중간선에서 합리적으로 결정돼야 한다.

벌금이 감당할 수 없게 높고, 벌금의 대부분이 법원 수수료 등에 충당된다면 교통위반자들에게 반발만 살 뿐 계도의 기능은 떨어진다. 4박5일간 600달러의 벌금을 낸 후 교통법규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을까 자문해 보지만 별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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