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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의 홍수시대를 사는 지혜

강기성의 한방사랑

여성호르몬 대체요법은 지난 1990년대부터 처방되기 시작했다. 폐경기에 여성 호르몬 분비가 갑자기 감소하면서 나타나는 갱년기 증상인 안면 홍조나 불면증 등의 증상을 개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골다공증과 심장·뇌혈관 질환의 발생 위험도 줄여준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었다. 다만 유방암의 위험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성호르몬 대체요법이 오히려 해만 끼친다는 일부 연구도 발표돼 논란이 빚었다. 결국 1990년대 후반 미국에서 수만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의 결과가 2000년대 초반에 나왔는데 여성호르몬 대체요법이 유방암은 물론이고 심장병과 뇌졸중, 정맥 혈전증 등 중증 심장 및 혈관 질환의 발병 확률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에도 여성호르몬 대체요법이 치매의 발생 확률마저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유행한 지 채 10년도 되지 않아 정반대의 연구 결과가 나왔지만 그 사이 호르몬 대체요법은 한국에서도 크게 유행이 됐다.

또 1995년 개발돼 2000년대 초반 위장 등에 부작용이 없는 진통소염제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바이옥스도 속쓰림이나 위궤양 등이 생기지 않는 효과는 있었는지 몰라도 심장 발작 등 심장질환 발생 가능성을 높여 2004년부터 퇴출되기에 이르렀다. 관절염의 증상을 줄이려다가 심장 질환으로 숨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에 많은 관절염 환자는 겁을 먹을 수 밖에 없었다.

2000년대 후반 세계적인 의학논문집인 랜싯(Lancet)에 실린 한 치료법에 오류가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논문 내용은 혈압을 낮추는 약 두 가지를 동시에 쓰면 약 하나를 쓰거나 약 하나의 용량을 높여 쓸 때보다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더 높다는 것이었다. 고혈압을 치료하는 많은 의사들이 이 논문 내용을 참조해 혈압을 낮추는 약을 처방했으며 하나의 약의 용량을 높이기보다는 두 가지 이상을 처방하는 병용 요법을 선호하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이 논문에도 심각한 오류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애초에 실린 논문 내용은 혈압을 낮추는 약 두 가지를 한꺼번에 먹으면 혈압을 낮출 뿐더러 신장질환을 예방한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이런 효과는 기대할 수 없었다. 오히려 치명적인 부작용에 시달릴 우려가 있는 것이 밝혀졌다. 물론 해당 논문은 철회됐다.



새로운 약이나 치료법과 관련한 사례는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약의 홍수시대에 사는 우리는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약이나 치료 기술을 무턱대고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 한의학을 예로 들어보자. 옛날 상고시대에 있었던 삼황인 황제와 신농씨, 복희씨가 있었다. 어진 제왕인 황제는 왕사인 기백과 문답을 한 황제내경을 집필해 전하였으며 수천년이 지난 오늘에도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보물이 됐다. 신농씨는 산야를 누비며 초근목피를 채취하여 직접 음미해 약이 되는 것과 독을 가려내기 위해 하루에도 수십 가지 독을 맛보며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본초학과 농사의 기초를 만들었다. 복희씨는 천문과 역술을 발전시켰다. 이와 같이 수천년 동안 검증된 한약도 체질과 증상에 맞게 복용을 해야 하며 반드시 한의사의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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