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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당신만 모르는 당신'

[LA중앙일보] 발행 2014/04/17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14/04/16 22:26

구혜영/사회부 기자

1년 전쯤, 심리상담을 받았다. 언어폭력과 우울증 취재차 카운슬러를 만났다가 '나는 괜찮은가'라는 생각에 은근슬쩍 물어봤었다.

당시 나는 인간관계 거미줄 속에 갇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는 찜찜함과 그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고 있다는 괴로움, 불투명한 내일에 대한 막막함 등으로 짓눌려 있었다.

"요즘 어떠세요?"라는 간단한 인사말로 시작한 상담은 생각보다 길었다. 성격과 성향을 알아본다는 테스트에 이어 오늘 점심에 무엇을 먹었는지 묻는 질문까지 있었다. 평소 스트레스 해소법은 무엇인지, 어떨 때 가장 화가 나는지에 대해서도 대답을 해야했다.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두려운 것 등 두서없이 말을 내뱉은 지 1시간 쯤 지났을 때, 카운슬러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주제는 '내가 미처 몰랐던 나'였다.

날카로운 전문가의 눈은 작은 것 하나라도 놓치지 않았다. 그가 말하는 나는 주위 사람들에 '무뎌져야 할 필요'가 있을 만큼 예민하고 감정적이었다. 남들보다 포기하는 속도가 빨랐고, 신경질적인 면도 많다고 했다. 전체적인 성격에 이어 감정조절법과 스트레스 관리에 대한 조언도 이어졌다. 듣는 내내 머리 속에는 두 가지 생각만 떠올랐다. 하나는 '내가 이런 사람인 줄 몰랐네'였고, 다른 하나는 '왜 진작 안 왔을까'였다. "여기서부터 문제를 풀어가면 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땐 묘한 청량감까지 느껴졌다.

요즘 LA한인타운은 그 어느 때보다 정신건강 세미나와 프로그램이 풍성하다. 정신건강 하면 우울증.외로움 등에 집중하던 과거와는 달리 부모-자녀관계, 스트레스 관리, 죽음 준비, 음주, 분노조절 등 내용이 다양해졌다. 하지만 LA한인타운은 여전히 더디다.

"예전보다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인식이 나아졌다"는 보편적인 평가에도 무료검진 세미나는 자리를 채우기가 어렵고, 분노.음주.중독 관련 상담은 카운슬러들이 입을 모아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끌려오기 전, 스스로 찾아오는 이가 없다"고 말한다. LA카운티 정신건강국(DMH)과 한인단체 8곳이 한인들만을 위한 무료 정신건강 프로그램(KISM)을 처음 만들었을 때도 몇 달간 찾아온 이가 손꼽을 정도였다. 커뮤니티 건강교육 차원으로 주말에 행사를 잡아도, 누구나 가벼운 마음으로 올 수 있다고 해도 실제 찾아오는 참석자는 예상보다 늘 적다.

며칠 전 전미심리학회는 전체인구의 77%가 스트레스로 인한 두통.수면장애.근육통 등을 겪어본 경험이 있다고 발표했다. 2014년, 직장인 10명 중 8명은 저임금.과도한 업무.인간관계 등으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고, 전국 청소년의 30%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 스트레스가 누구에게나, 어느 때나 온다는 증거다.

내달 3일(토) 한인가정상담소가 세인트빈센트병원 세튼홀(2131 W. 3rd St. LA)에서 '무료 정신건강 검진의 날' 행사를 연다. 예약(213-235-4842)을 하면 스트레스, 우울증, 강박증 등 일대 일 심리검진을 받을 수 있다. 한번 참석해 보길 권한다. 당신만 모르고 있는 당신을 만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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