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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잃은 교실도 노점상도…안산이 운다

충격에 빠진 76만 시민들

단원고서 학생 무사귀환 기원
강당 상황실선 200여 명 밤샘
친구 딸, 아들…다 아는 이웃
"가슴 아파 뉴스를 볼 수 없다"


"늘 반갑게 인사하던 학생들이 배 안에 갇혀 있다는 소식에 눈물이 그치질 않습니다. 안산시민 모두가 자식을 잃은 기분입니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 인근에서 붕어빵 노점을 하는 이성진(62)씨의 심정이다. 이씨는 "아이들이 무사히 돌아오길 비는 마음에 당분간 가게를 쉴 생각"이라며 "지인들과 모임도 갖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남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로 안산시가 패닉 상태다. 침몰한 세월호 탑승자 475명 가운데 70% 이상이 단원고 학생과 교사다. 2학년 학생 325명 가운데 76명만 구조됐다. 학생 245명과 인솔 교사 11명(2명 구조)는 사망하거나 생사를 알 수 없다.



단원고의 비극은 76만 안산시민 모두에게 충격을 안겼다. 시민들은 "학생들은 모두 친구의 아들이거나 지인의 딸"이라고 말했다. 참사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생업을 중단하거나 약속을 취소했다.

학교 근처의 수퍼 주인 윤해순(64·여)씨는 "수학여행 간다고 건빵을 사간 단골 남학생의 생사가 걱정돼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잔동 조기축구 회원인 구근희(52·회사원)씨는 "상당수 회원의 자녀가 단원고에 다니는데 부모들이 자식의 생사를 몰라 발을 구르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미어진다"며 "당분간 조기축구도 접을 생각"이라고 했다.

◆학원가·기업·공직사회도 망연자실=안산시내 학원가도 침울한 분위기다. 단원고에서 1㎞쯤 떨어진 P학원의 김기택 과장은 "대부분 실종 학생과 친구 사이인 원생들이 수업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귀가한다"며 "단원고 참사는 1986년 안산시가 출범한 이래 최대의 비극"이라고 전했다.

 안산지역 기업과 공직사회도 망연자실하고 있다. 안산상공회의소는 이번 주말 예정됐던 지역 기업 축구대회를 취소했다. 안산시도 튤립축제 등 축제와 체육행사, 사할린동포 고향마을어르신 잔치 등을 열지 않기로 했다.

 임시 휴교일인 17일 단원고 강당에 마련된 상황실은 뜬 눈으로 밤을 새운 학부모와 실종된 선후배의 소식을 기다리는 학생 등 200여 명으로 북새통이었다.

다문화가정의 한 어머니가 교실을 찾기도 했다. 러시아 출신인 그는 서툰 한국어로 "우리 아이가 연락이 되지 않는데 진도를 어떻게 갈 수 있느냐"고 말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번 수학여행에 동행한 다문화학생 3명은 모두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보고 싶다, 사랑한다=단원고 2학년 각 교실 칠판에는 '사랑한다' '보고 싶다' '살아서 와라' '죽지 마라' 등의 실종 학생 무사 귀환을 염원하는 글이 가득했다. 단원고와 인근 선부고 학생·학부모 500여명은 이날 오후 8시20분부터 1시간 동안 단원고 운동장에서 실종 학생의 무사귀환을 기원했다.

안산=전익진·임명수·이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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