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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하나 둘 사라지는 사진관

이성연/경제부 차장

사진관이 사라지고 있다. 어떤 동네든 하나쯤은 있었던 사진관이 어느새 자취를 감춰버렸다.

최근 LA한인타운에서 필름 인화를 위한 사진관이 사라지고 있다는 기사를 취재했다. 몇 년전만 해도 사진을 찍고 '잘 나왔을까' 잔뜩 기대하는 마음을 가졌었다. 인화된 사진을 보고는 '어디, 잘 나왔나' 하며 찬찬히 뜯어보는 재미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런 것이 옛날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다.

사진만 찍어놓고 뽑지 않는 사람들도 많아졌고 디지털 카메라, 휴대폰 등 사진기는 많아졌지만 그 순간순간을 소중히 하는 마음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이제는 순간을 찍은 사진이 그냥 그 순간의 기억으로만, 사진 찍는 날의 추억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이 역시 디지털 시대에 동반된 필연적 현상일 것이다.〔〈【 인터넷과 디지털 카메라의 보급으로 사진관을 찾는 사람은 갈수록 줄고 있다. 레코드점이나 비디오 대여점, 만화가게 역시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LA한인타운만 해도 실제 사진촬영, 사진 현상, 인화 재료 업소들이 지난 1년 사이 15곳이나 줄었다.



중앙일보 업소록에서 사진관련 업체를 찾아보니 지난해 LA지역 내 한인운영 사진관은 89개였다. 이는 2012년(104개)에 비해 15곳이 줄어든 것으로 14%가 감소한 것이다. 물론 수치만 들여다보면 큰 감소세가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용을 좀 더 들여다보면 다르다. 스튜디오라고 표기된 사진 업체는 늘었지만 인화와 증명사진 촬영을 해주던 업소는 현저히 줄었기 때문이다. 필름 현상이 사라짐과 동시에 이제는 디지털 카메라 사진 인화마저 줄어드는 추세다. 실제로 타운에서 디지털 인화 작업을 해주는 업소는 전멸상태다.

이같은 현상은 웨딩촬영도 바꿔 놓았다. 디지털 시대로 빠르게 옮겨 가면서 예전처럼 사진을 뽑아 앨범에 넣거나 액자에 걸어두겠다는 고객이 사라지고 있다. 사진은 이제 종이가 아닌 컴퓨터 속 파일에 저장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세상은 너무나 빨리 변화하고 있다. 2014년 올 한해도 하루가 다르게 최첨단 상품과 기계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시대의 흐름을 나름대로 따라간다고 애를 써 보지만 그래도 정신이 없다. 그리고 뭔가 아쉬운 마음이 든다. 또한 이렇게 빠르게 변하는 세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도 고민이다.

변화는 누구에게는 새로운 기회일 수 있다. 한인 업소들에게도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거꾸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문을 닫아야 하는 업소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변화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추억이 담겨있는, 다소 불편은 하지만 아날로그 시대의 '느림'과 '여유'와의 이별은 아쉽다.

초등학교 시절 학교 앞 문방구에서 엄마 몰래 사먹던 '아폴로'나 '쫄쫄이' 같은 불량식품도 이제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그냥 배송이 된다. 그나마 추억을 되살려 주는 디지털 시대의 고마움이다. 복고 패션도 유행을 타고 다시 돌아오는 것처럼 '사진관'의 정겨운 풍경도 또다른 모습으로 우리 곁에 돌아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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