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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인 것 같다" 통곡의 팽목항

유가족들, 시신 20여구 들어오자 자녀 이름 부르며 오열

21일 오전 9시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선착장. 실종자 가족 200여 명은 대부분 넋을 잃은 표정이었다. 말을 하는 사람도 찾기 어려웠다. 먼바다를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전날까지 "어떻게든 구조하라"던 아우성도 들을 수 없었다. 가족들은 구조와 수색작업이 6일째 접어들면서 지친 듯했다. 한 가족은 "살아 돌아올 것이란 간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텼지만 이제 눈물마저 마른 것 같다"고 했다.

오빠를 찾으러 왔다는 조아름(15)양은 스티로폼 한 조각을 방석 삼아 깔고 앉았다. 바다를 바라보다 휴대전화를 꺼냈다. 휴대전화에는 밝게 웃는 오빠의 모습이 있었다. 아름양은 "사고 첫날부터 매일 선착장에 나와 바다를 보는 게 일과"라고 했다. 조양의 옆에서는 한 스님이 목탁을 두드리며 실종자의 생환을 기원했다.

선착장에 설치한 가족대책본부에는 10여 명의 가족이 웅크린 채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충혈된 눈으로 사망자 명단이 적힌 상황판만 바라봤다. 이혜숙(43.여)씨는 "딸이 아직도 저 바닷속에서 떨고 있을 텐데" 하며 울먹였다.

대책본부 인근 수난구조대 텐트 벽면은 실종자의 귀환을 염원하는 글로 가득했다. '누나가 준 사랑 나는 언제 갚아야 해' '많이 무섭지, 춥지 너희 작은 두 손 꼭 잡고 싶지만 너무 멀리 있구나' 등이었다.



하지만 선착장에서 500m 떨어진 신원확인소의 분위기는 크게 달랐다. 오후 8시부터 2시간 사이 시신 20여 구가 인양되면서부터다. 유족 150여 명은 아들딸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했다.

한 남성은 신원확인소 측에서 '키 1m60㎝에 후드 티, 빨간 매니큐어 발톱의 학생'이라고 하자 "우리 딸인 것 같다"며 눈물을 쏟았다. 자식을 찾지 못한 부모는 신원확인소를 들락거리며 안절부절못했다. 이진숙(43.여)씨는 "아이고 난 어떻게 살라고"라고 했다. 이씨는 확인소 밖 시멘트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진도실내체육관에서는 탈진해 쓰러지는 가족이 잇따랐다. 임시진료소 관계자는 "처음에는 슬픔을 이기지 못해 실신한 사람이 많았는데 이제는 탈진하거나 두통 등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산에서는 희생자 추모와 실종자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촛불기도회가 5일째 이어졌다.
단원고 교문 앞에 놓인 책상 위에는 국화꽃이 수북이 쌓여 있다. 지역 주민, 인근 학교 학생 등이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꽃을 들고 이곳을 찾고 있다. 정문 주변 담장에는 '단원고 선생님, 학생들 웃는 모습으로 꼭 다시 만나기를 간절히 간절히 기도합니다' '언니, 오빠 무서워도 꼭 돌아와 사랑해' 등의 염원이 담긴 메시지가 붙어 있다.

진도=권철암 기자·안산=임명수·이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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