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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틀랜타 문학] 힘드니까 인생이다 - 이향숙

며칠전 1분 간격으로 두통의 e메일을 받았다. 가까운 후배가 아버님이 위독하셔서 급히 한국에 갔는데 아버님이 돌아가셨다는 슬픈 소식을 담은 편지 한통이었다. 또다른 메일 한통은 조카가 둘째를 생산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담은 편지였다. 아이러니한 상황을 접하며, 태어나서 한평생을 보내고 죽는 우리 인생에 대해 잠시 생각하게 됐다.

일생을 지나오면서 온갖 일을 다 겪고난 후 이제는 더이상 지고갈 필요없는 짐들을 다 내려놓고 훌훌 떠나는 길은 가벼울 수도 있겠고, 혹은 하지못한 것들에 대한 미련이 남아 떠나는 발걸음이 무거울 수도 있겠다. 인생은 앞서 살아간 분들을 통해 알게되기도 하지만, 내가 직접 겪으면서 몸소 느끼지 않으면 안다고 말하기가 힘든 일들이 너무도 많다. 내가 걸어보지 못한 길, 내가 가보지 않은 세계, 여러가지를 통해 어렴풋이 알고있지만 몸으로 느끼지 못한 시간들이 아직 내앞에 놓여있다. 나이 들어가면서도 아직 아이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가끔 만나기도 한다. 나보다 더 현명하게 판단하는 어린 친구들을 만날 때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건 다 각자의 몫이고, 내게 주어진 시간을 책임질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것이 정답인 것만은 확실하다. 그래서 마지막 순간에 돌아볼 나의 인생은 제발 ‘그래도 못할 짓 않고 잘 살았다’ 라든가,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한 시간이었다’ 같은 긍정적인 것이었으면 좋겠다.

안과 밖이 하나로, 중심을 따라 이동하면 출발점과 정반대의 면에서 다시 만나게 되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만남과 이별이라는 반대개념의 두 사건이 같은 시간대에 이루어지면서, 떠나는 사람이 태어나는 사람에게 말로는 설명되어질 수 없는 인생이라는 시간을 주고 가는 영원한 순환고리가 우리의 인생일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어디선가 아기들은 태어나고, 또 어느 곳에선가 사람들은 떠나고…. 그래서 죽음이라는 형태의 이별도 사실은 다른 사람의 가슴 속에 새로운 모습으로 각인되는 또다른 만남의 시작일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축복 속에서 태어나 이 세상과 만나고, 많은 사람들 가슴 속에 다시 살아남아 좋은 모습으로 기억될 수 있다면 가장 성공적인 삶이었다고 말할수 있지 않을까?

무심코 자연을 바라보는 시간이, 바쁘게 살던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다. 그러면서 새로운 것을 많이 배우게 된다. 긴 겨울을 지나고 봄을 맞으며, 죽었던 것처럼 보이던 가지에 연두색 움이 트면서 잎이 자라고, 그 잎이 좀더 진한 초록색을 띠게 될때쯤 갖은 색깔을 자랑하며 꽃을 피우는 나무들이 있다. 그런가하면 겨울동안 마르고 앙상한 가지만 뻗고 있다가, 어느날 점처럼 작은 붉은 색이 보이더니 어느새 꽃의 모양으로 바뀌며 한참을 꽃피우다, 뒤늦게 돋아난 파란 이파리들이 그 꽃들을 감싸며 한 가족임을 뽐내는 나무도 있다. 그리고 작은 꽃들도 저마다 꽃피우는 시기가 달라, 하나가 지면 다른 꽃이 피어나고 마치 순서를 알려주는 것처럼 차례를 지키며 피어난다. 겨울동안 쌓여있던 낙엽들은 다시 흙으로 돌아가 새 생명을 위한 거름이 된다. 이렇게 모든 나무나 꽃들도 나름대로 생의 법칙을 갖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어우러지며 함께 한다.



이른 아침을 알리는 새소리도 시기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보면, 아마도 내가 사는 곳을 찾는 새가 계절에 따라 달라지고 있나보다. 마당에 있는 목재로 만들어진 조그만 새집은 소유주가 따로 없다. 그 곳을 찾아오는 새가 잠시 그 집의 주인이 될 뿐이다. 어떤 때는 전혀 다른 종류의 새들이 사이좋게 함께 들락거리기도 한다. 융자도 필요없고, 소유권도 필요없고, 그저 잠시 머물다 쉬어가면 되는 것 같다. 그렇게 자유로와 보이는 삶의 모습이 때로는 부럽다는 생각을 잠시 해보며 혼자 낮게 소리내어 웃는다.

시선을 바꾸면 마음도 바꿀 수 있고, 버리고 나서야 비로소 얻어지는 것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도무지 쉽게 실천하지 못하는 욕심이 사람을 힘들게 한다. 잘 안풀리는 일이 생기면 자꾸만 남의 탓을 하거나, 가져야할 것들에 가려져 내가 가진 소중한 것들을 잊기도 하는 어리석음은 ‘범사에 감사하라’란 말씀을 새기며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데, 알면서도 잘 되어지지 않는 게 나같은 평범한 인간이다. 하지만 아는 만큼 되어지지 않더라도 아는 걸 실천해보겠다는 의지를 갖는 노력이라도 한다면 조금씩 편해지리란 생각도 해본다.

그러고보니 노력해야할 것들이 너무도 많다. 죽기전에 하고 싶은 일을 적는 ‘버킷리스트’를 만들고 있었는데, 가보고 싶은 곳을 여행하거나, 해보고 싶은 것을 꼭 해봐야겠다든가 하는 나의 욕심들로 대부분 채워져있다. 물론 그것도 버킷리스트에 해당되겠지만, 마음으로 행해야하는 것들도 적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보이지 않는 것이라 지나쳐버리는, 마음으로 해야할 일들을 적어나가고 또 적어도 실천하려면 아직도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란 어느 책의 제목을 이렇게 패러디해 본다. ‘힘드니까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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