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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지켜줘서 미안…희망의 끈은 놓지 마세요"

한인들, 총영사관 벽면에 '세월호' 관련 메시지
눈물의 위로 글 빼곡
타인종도 함께 참여
26일 추모제도 열어

LA총영사관 건물 벽면 한쪽에 눈물의 기도가 모였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불러온 모두의 마음이다.

벽면에 붙여진 다양한 색깔의 쪽지에는 영어, 한국어, 스페인어로 미안함과 슬픔이 녹아있었다. 어른들의 필체로 보이는 쪽지엔 유독 '아가들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란 문장이 많았고, 또박또박 눌러쓴 학생들의 쪽지엔 '희망'이란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하나님 아버지, 어제 우리는 참으로 비통한 소식을 들었습니다'란 문장으로 시작하는 기도문도,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노란 리본도 붙어있었다. 모두가 원하는 건 기적이었다.

23일 오전 '기도의 벽' 앞에서 만난 캐런 강(67)씨는 붉어진 눈시울을 애써 감추며 쪽지들이 혹시라도 바람에 떨어질까봐 테이프로 꼼꼼히 붙이고 있었다. 그는 "여기에 사는 나나 이 많은 사람들이나 해줄 수 있는 것이 이것밖에 없다. 우리가 기도하고 있다는 것, 아직 희망을 놓으면 안 된다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벽면 앞, 작은 탁자에는 이곳을 다녀간 이들이 남긴 연락처와 꽃, 촛불 등이 놓여있었다. 한쪽에는 꽃과 곰인형 등이 쌓여있었고, 초는 녹아내린 촛농에 연한 불꽃만을 내고 있었다.



지난 일요일, 처음 이곳에 기도의 벽을 만든 남장우씨는 하루에 12시간씩 노란 리본 등을 만들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는 이 공간을 '모두의 기원소'라고 칭했다. 14살 아들, 18살 딸을 키우는 아버지라 자신을 소개한 남씨는 "총영사관은 법적으로 대한민국 영토니까 LA에서 사고지점과 가장 가까운 곳이다. 아이들에게 우리의 기도가 닿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곳"이라며 "한 명이라도 살아 돌아오는 기적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남씨에 따르면 이 기도의 벽은 모두의 힘으로 세워졌다. 쪽지는 윌셔가의 여성 직장인들이 하나, 둘씩 붙이며 퍼져나갔고, 영사관 앞을 지나가던 타인종들까지 초를 가져오기 시작했다. 중년의 남성들은 처음 보는 사이임에도 소리 내어 펑펑 울며 '세월호의 기적을 바라는 희망(Hope 4 Sewol Miracles·대표 제임스 김, 문동호)'이란 단체를 만들었다. 실종자가 0명이 될 때까지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라는 이 단체는 오는 26일(토) 오후 7시, LA한인타운 윌셔와 버몬트 메트로 역 앞에서 실종자의 구조와 사망자들의 넋을 기리는 '기원·추모제'를 연다. 단체활동(dreamcartoon@gmail.com)에는 누구나 함께할 수 있다.

오늘도, 내일도 기도의 벽에는 쪽지가 붙는다.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 이룰 거란 LA의 염원이다.

구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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