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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미국 경관 P의 웃지못할 오해

[LA중앙일보] 발행 2014/04/26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4/04/25 21:37

오세진/사회부 기자

지난달 24일 LA경찰국(LAPD) 올림픽경찰서 로비. 그날도 경관 P를 우연히 마주쳤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차량 내 절도 사건의 한인 피해 정도를 경관들에게 묻고 있을 때였다.

P와는 약 2주 동안 예닐곱 차례는 마주쳤다. 반가운 마음에 대화 중이던 경관에게 양해를 구하면서까지 P에게 다가가 악수를 건넸다. P의 반응은 의외였다. 그는 어리둥절해 하며 "경찰서에 꽤 자주 오는데 올 일이 그렇게 많으냐"라고 물었다. 그의 물음에 "경찰에 대해서는 뭐든 다 알고 싶다. 자주 보는데 식사나 같이 하자. 바쁘면 커피 한 잔이라도 좋다"라고 답했다.

이틀 뒤, 한인타운에서 일어난 교통사고 현장에서 또 P를 만났다. 안면이 있는 경관을 사고 현장에서 만난 건 큰 행운이었다. 주저없이 다가가 말을 걸었다. "이 사고 왜 일어난 거야?"

P는 엉뚱한 답을 했다. "저기…. 나는 여자친구도 있고 남자에게는 관심이 없는데…." 그러면서 P는 "무슨 말인지 이해했으면 이제는 인사하지 말자"며 자리를 떴다. 도대체 무슨 말인가. 웃음만 나왔다. P는 기자가 시도 때도 없이 경찰서를 찾아올 특별한 이유가 없을 거란 생각을 했다고 한다. 기자가 누군가에게 관심이 있어 보였고, 그 대상이 자주 마주쳤던 본인인 것 같았다고 했다. 특히 "식사나 커피 한잔 하자"라고 했던 말 한마디가 P의 생각에 확신을 줬다고 했다.

황당하고 억울했다. 경찰서 담당기자의 본분을 다 하고자 했던 것 뿐이었다. 특정 경관을 정하고 무작정 만나자고 들이대는 기술은 한국식 사회부 '사스마와리(경찰서 담당 기자)'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어떻게든 경찰과 친분을 맺기 위해 처음 본 경관에게도 수 차례 졸라 식사와 술을 사야 겨우 기사로 쓸 수 있는 사건 정보를 듣곤 했다.

'P경관을 또 만나면 항의해야지'라며 화를 품었다. 그러나 이 화는 최근 한 아나운서의 얘기를 담은 인터뷰 기사를 보고 곧 부끄러움으로 바뀌었다. 인터뷰에 등장한 K아나운서는 대학 때 같은 수업을 듣던 남자 선배였다. K는 늘 얼굴에 화장을 하고 다녀 동성애자란 소리를 들었다. 많은 학생들이 그를 피했다.

어느날 K가 할 말이 있다며 대화를 청했었다. 그러나 "바쁘다"는 핑계로 그를 피했다. 그랬던 선배는 인터뷰에서 "아나운서는 스스로 분장을 할 줄 알아야 했다. 분장 교육을 받느라 억울하게 동성애자란 오해를 받았던 그 때가 가장 힘겨웠다"라고 회고했다.

뜨끔했다. 얘기를 들어주지 않는 누군가를 원망할 줄만 알았다. '들어야 했던' 순간을 내 맘대로 놓아버린 이기적인 방식을 소통의 방법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P경관에게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친하게 지내자. 도움을 좀 줘. 취재에 너의 도움이 필요해"였다. K선배 역시 "난 동성애자가 아니야. 꿈을 위한 과정일 뿐이니 오해하지 말하줘"라고 말 하고 싶었을 것이다.

'소통의 부재'는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당신에게 전하지 못한 말을 가슴에 묻었을 지 모른다. P경관을 찾아가 "난 동성애자가 아니야"란 말 대신 "그냥 내 얘기 한 번만 들어봐"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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