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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로그인]'노란 리본'이 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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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14/04/28 미주판 19면 기사입력 2014/04/27 16:28

최주미 / 조인스 아메리카 차장

퇴장하듯 하나 둘 얼굴이 사라지고 있었다.
내 '페이스'의 사진이 주인공인 페이스북에서, 한국인의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과 광장 트위터에서, 내심 서로의 질투를 부르던 근사한 프로필 사진들이 속속 내려지고 침묵의 노란 리본이 대신 등장했다.

4월 22일 한국의 한 대학 동아리에서 시작된 노란 리본 캠페인은 삽시간에 인터넷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됐다. 노란 바탕에 검정 리본 문양과 함께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 이라는 문구가 적힌 이미지가 소셜 네트워크로 공유되고 개개인의 프로필 사진으로 교체되며 세월호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메신저로 가족들에게 전해졌다.

미국 땅의 카카오톡 지인들, 페이스북 친구(페친)들과 트위터 팔로어들도 잇따라 노란 리본으로 얼굴을 바꾸어 걸었다. 세계 속 한국인의 인터넷 세상은 지난 주 내내 순식간에 봄을 뒤덮는 고국 산천의 개나리처럼 간절한 희망의 노란 파도에 출렁이며 물들었다.

어제 카톡방에서는 얼굴이 사라진 노란 리본과 리본들의 근심어린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다.
"웃는 얼굴 걸어두기가 괴롭더라"는 후배의 자조는 당연했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터져버릴 것 같아서"라던 친구의 울분에 공감했고 "태평양 건너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동참"이라는 지인의 고백에 끄덕였다.

비극적인 참사 앞에 절망과 무력감으로 아파하던 이들은 노란 리본 메시지로 서로의 속내를 확인했고 통곡의 바다 건너 미주 한인들도 다름없이, 아니 두고 온 고국이라 더 아프고 더 간절한 기원으로 똑같은 노란 리본의 얼굴이 되어 마음을 나누었다.

노란 리본은 감옥을 출소하던 한 남자에게서 시작된 메시지다. 그는 그리운 옛 연인에게 편지를 썼다. 나를 다시 받아줄 수 있다면 기차가 지나는 마을 앞 떡갈나무에 노란 리본을 걸어 달라고.
기차가 마을에 들어섰을 때 사람들은 늘어선 떡갈나무마다 눈부시게 휘날리는 수많은 노란 리본의 장관에 환호했다.

감격의 눈물로 연인과 재회한 행운남의 러브 스토리로 인해 이후 노란 리본은 사랑하는 이의 귀환을 소망하고 환영한다는 의미를 담게 되었고 미국에서는 참전 군인의 무사 귀국을 염원하는 상징으로 사용되곤 했다. 세월호의 노란 리본 캠페인 역시 기적과 같은 생환의 염원과 기원의 의미를 잇고 있다.

태평양 건너 멀리 살아도 한인들에게 이번 참사는 '내 나라 일'이다. 비록 한 울타리 안에서 호흡하며 어깨를 빌려줄 수 없어도 아플 때 아픔을 나누는 정서적 공감은 상처입은 이들에게 절대적인 치유의 힘을 지닌다. 특히 SNS를 통해 공동의 캠페인에 참여하는 행위는 살아남은 이들의 무력감과 상처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심리학적 조언도 있다.

몸은 미국에 머물지만 마음의 시선은 늘 고국을 향하는 한인들에게 소셜 미디어의 노란 리본 프로필은 공감과 동참의 의미를 넘어선다. 그것은 고국의 아픈 상처를 따뜻한 가슴으로 안아주고픈 치유의 붕대, 결속의 끈이기 때문이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모국에의 쓰린 연민, 기꺼이 노란 리본 묶어 상처난 마음과 잇닿으려는 의지의 얼굴인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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