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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세월호와 법률시장 개방

[LA중앙일보] 발행 2014/04/28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14/04/27 17:07

안유회 / 경제부장

몇 해 전 한국의 법률시장 개방이 현안으로 떠올랐을 때 한 한인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법률시장 개방과 함께 한국 사회에서도 소송이 증가할 것이라는 부분에는 의견이 같았다.하지만 한국사회에도 소송과 관련된 사회적 비용이 크게 증가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내놓자 그 분은 대신 인권을 포함해 법이 보장한 권리가 실질적으로 향상되지 않겠느냐는 주장을 폈다.

권리 향상 주장은 명료했다. 한국에서 나오는 뉴스를 보면 소송 천지라는 것이다. 장애인 공익소송만 적용한다고 보자. 각급 정부 청사까지 포함해 이 소송에서 자유로운 건물이 얼마나 되겠는가. 지하철, 버스도 마찬가지다. 법이 규정한 권리를 침해하는 일들이 너무 많은데 지금은 그냥 관습적으로 넘어 가겠지만 외국 로펌의 진출은 이를 바꿀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었다. 이들이 겨냥할 대상은 손해배상 액수가 커질 수 있는 정부기관과 대기업 등일 것이고 특히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은 한국사회의 권리 주장을 관습에서 법률로 바꿀 것이라고 예상했다.

몇 년 전의 이야기가 떠오른 것은 세월호 참사 때문이다. 가정이지만 모든 것을 소송으로 해결하는 듯한 소송천국 미국에서 이런 일어났다면 제도 자체를 소송으로 바꾸려 하지 않을까 하는.

동전에 양면이 있듯 미국엔 분명 소송 과잉의 측면이 있다. 한인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소매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장애인 공익소송이다. 오죽하면 해당 업소에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출 유예기간을 먼저 줘야 한다는 '공익소송 피소업소 보호법'이 나왔겠는가.

소송이 많으면 이에 대비한 보험비 증가분과 피해보상액 지불액이 일정 부분 결국 소비자들에게 돌아간다. 비용이 증가하는 것이다.

반면 이런 부작용에도 소송은 모두를 조심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법을 지키게 하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소송 가능성도 빼놓을 수 없다. 책임있는 자리에 있을 수록 소송에 대비해 법을 지키려고 애쓴다. 이 과정에서 법이 보호하는 권리가 강화되고 사회가 바뀐다.

미국은 소송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킨 대표적인 국가다. 소송을 통해 약자와 소수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국가권력의 남용을 방지하고 나아가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방법적으로는 집단소송이나 시민소송제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이를 가능하게 한다. 천문학적 손해배상 판결이 나오니 더욱 조심하고 필요하면 제도까지 바꾼다. 한편으로는 사법부의 힘을 빌어 법을 만드는 의회와 정책을 시행하는 행정부를 압박하는 것이다.

한국은 법률시장 개방의 마지막 단계인 3단계 시행을 앞두고 있다. 1단계에서 외국 로펌은 외국법의 사무만 볼 수 있었고 2단계에서는 한국법과 외국법이 섞여있는 사건만 다루되 한국 로펌과 제휴해야 했다. 3단계가 되면 외국 로펌은 한국 로펌과 합작 사업체를 내고 한국 변호사를 고용해 한국법과 관련된 일을 할 수 있다. 3단계는 유럽연합에는 2016년 7월, 미국에는 2017년 3월부터 개방된다.

지금까지 손해를 보며 한국에 진출한 외국 로펌은 3단계 개방을 앞두고 연합체를 결성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 로펌의 지분 상한선이 49%가 되면 한국 진출의 의미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외국 로펌의 한국 진출을 환영한다는 것이 아니다. 한국은 이미 법률시장 개방으로 들어갔고 미국의 로펌도 19개사가 한국에 진출했다. 미국은 기업을 물론 정부, 공무원 개인에 대한 소송 경험이 그 어느 나라보다 많다. 내년 7월이면 국회가 만드는 법이나 행정부의 정책 만이 아니라 개인이 낸 소송도 사회를 바꾸고 제도를 바꾸는 것이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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