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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유대인과 한국인

[LA중앙일보] 발행 2003/10/21 미주판 19면 기사입력 2003/10/20 17:31

이종호 뉴욕중앙일보 편집부장

유대인은 한인들에게 많은 부분 선망의 대상이다. 높은 교육열, 우수한 머리, 끈질기고 악착같은 성격 등은 우리가 늘 부러워하는 바다. 특히 체계적인 커뮤니티 활동과 민족적 단결로 소수계라는 약점을 딛고 주류의 위치로까지 올라섰다는 점에서 이민 사회의 역할모델로도 자주 거론되고 있다.

그렇다면 유대인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유대인은 우리와 달리 모계 혈통을 따른다. 어머니가 유대인이면 무조건 유대인이다. 유대인이 아니더라도 유대교 신자가 되면 유대인으로 인정받기도 한다. 역사적으로도 개종을 통해 유대인이 된 사례는 무수히 많다. 이는 유대인임을 결정짓는 것이 신체적·유전적 형질이 아니라 문화적·종교적 의미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말이다.

현재 지구상에는 1천 5백만명 가량의 유대인이 있다. 미국에는 이스라엘 인구수와 비슷한 6백만명 정도가 산다. 이들은 인구로는 소수지만 문화·금융·언론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미국을 주무르고 있다.

역대 노벨상 수상자들을 보면 3명 가운데 1명 꼴로 유대인이다. 미국 상·하원의 12%가 유대인이고 하버드·예일·프린스턴 등 아이비리그 대학 정교수 65%가 유대인이다. 또한 뉴욕에서 개업한 의사의 45%, 전 미국 변호사의 20%가 유대인이다. 맨해튼 빌딩 주인의 40%, 뉴욕 중고등학교 교사의 절반이 유대인이라는 통계도 있다.

유대인들의 영향력이 이 정도이다 보니 유대인 명절이면 관공서나 회사는 물론 공립학교들까지 대부분 문을 닫는다. 미국이 제2의 유대인 국가라는 비난을 듣는 것도 친이스라엘 일변도의 정책 외에 이처럼 일반인들의 생활까지 유대인의 영향 하에 이뤄지는 게 많기 때문이다.

미국을 쥐락펴락 하고 있는 유대인들이지만 그들에게도 아픔이 있다. 유사 이래 끊임없이 그들을 괴롭히며 따라다닌 ‘반유대주의’가 그것이다. 반유대주의의 절정으로 히틀러에 의한 수백만명 대학살이 있었는가 하면 지금도 유대인을 대상으로 한 혐오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뉴욕만 해도 최근 유대인 명절 ‘욤 키퍼(Yom Kippur)’를 전후해 유대인 건물이 잇따라 불에 타는 사건이 있었다. 또 지난 주에는 유대인들이 예배당에 간 사이 35대의 자동차가 연쇄 펑크가 나기도 했다.

유대인들이 이처럼 미움을 받게 된 것은 근본적으로는 기독교와의 관계 때문이었다. 유럽에서 기독교가 국교가 된 이래 유대인은 예수를 죽인 민족이라는 것 하나만으로도 미움을 받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11세기 말부터 2백년 동안 진행된 십자군 전쟁은 반유대인 감정에 기름을 끼얹었다. 유럽인들은 이슬람세력과 전쟁을 하면서 또 다른 이교도 유대인을 자신들과는 다른 비정상적 집단으로 취급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거기다 일반인들이 꺼려하던 고리대금업·전당포·환전상 등에 유대인들이 집중 종사했다는 점도 배척받는 원인이 되었다.

20세기 이후 유대인들은 다방면에서 주류로 올라섰다. 그러나 그들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오히려 이스라엘로 인해 야기된 중동사태로 이슬람 민족의 비난까지 더해져 유대인 문제는 더욱 악화된 느낌이다.

그렇지만 우리 한인들은 대체로 유대인들에게 호의적이다. 그들의 문화에 대한 이해 역시 한인들 만큼 잘 하고 민족도 없다. 기독교 신자가 많아진 덕분이긴 하지만 한민족의 역사는 몰라도 유대인 역사는 꿰뚫고 있는 게 우리다. 주몽·온조·혁거세는 모르지만 유대인의 조상 모세·다윗·솔로몬의 얘기는 줄줄이 꿰고 있는 게 한인들인 것이다.

유대인은 분명 뛰어난 민족이다. 본받아야 할 점도 많다. 그러나 미국이라는 다민족 사회에서 그들이 가진 ‘우리만 잘났다’는 식의 민족의식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들은 미국인으로 함께 살아 가고는 있지만 고유의 신앙과 전통·관습을 악착스레 고집하고 있다. 커뮤니티 센터를 개방하고 활발한 기부활동을 펼치는 등 ‘더불어 살기’의 모습도 열심히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타적이고 인색하다는 평판은 여전히 떨쳐 버리지 못하고 있다.

자의든 타의든 더불어 살기에 실패하고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면 문제는 간단치가 않다. 아무리 잘난 민족이라 해도 다민족 사회에서 제대로 융화하지 못하고 겉돌기만 해서는 이민 커뮤니티의 모범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유대인이 우리의 가까운 이웃이긴 하지만 그들을 본으로 삼는 게 옳은 지는 아무래도 대답하기 어려운 숙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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