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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시카고 명물 '선물거래소'

[LA중앙일보] 발행 2003/10/25 미주판 24면 기사입력 2003/10/24 18:41

신원태 시카고 중앙일보 논설위원

시카고 명물을 꼽으라면 시어스 타워가 먼저 떠오르지만 CBOT·CME 등 세계최고의 선물거래소도 빼놓을 수 없다.

타지 사람들에게 시카고를 소개할 기회가 있다면 꼭 챙길만한 자랑거리다.

일반인들에게 선물(先物)은 좀 생소한 용어다. 일정시점 후 특정 조건으로 현물(現物)을 매매하도록 미리 계약하는 거래다. 비슷한 거래방식으로 일정시점 후 특정조건으로 현물을 사거나 팔 권리를 미리 매매하는 옵션(Option)이란 것도 있다.

선물이나 옵션은 곡물을 비롯한 일반상품이나 금리 주식 외환 등 금융상품들을 현물로 거래할 때 생기는 위험을 줄이기 위한 파생상품이다. 대상 상품이 다양해져 요즘은 날씨나 기업부도지수 등 기상천외한 상품까지 개발돼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김치를 선물상품으로 개발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선물시장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 선물시장의 발원지가 시카고다. 15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CBOT(Chicago Board of Trade)는 다운타운 러샐/잭슨 길에 위치해 있다.

거래 규모 미국내 최대

1848년 미 중서부 곡창지대에서 나는 밀 옥수수 등 곡물을 거래하기 위해 시카고의 82개 상업회사들에 의해 설립됐다. 웨커길 시카고강 가에 있는 CME(Chicago Mercantile Exchange)는 CBOT보다 50년 늦은 1898년 출범했다.

지난해 거래규모가 5억5,844만 계약에 달해 미국 최대의 선물거래소가 됐다.

CBOT 건물과 붙어 있는 CBOE(Chicago Board Option Exchange)는 1973년 CBOT에 의해 설립됐다. 역사는 30년으로 그리 깊지 않지만 옵션거래에서 미국 최대를 자랑한다. 선물·옵션 거래 세계1위는 어딜까. 한국증권거래소다.

지난해 거래실적 19억3,269만 계약으로 2위 Eurex(8억120만 계약)의 2.4배를 기록했다. 시카고의 CME, CBOT, CBOE는 4∼6위를 기록했다. 한국의 선물·옵션 거래가 단기간에 급팽창한 배경이 뭔지가 선물시장에서 연구대상이 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몇 년 전 CBOT와 CME를 방문해 갤러리에서 플로어 거래를 지켜본 일이 있는데 노랑 빨강 초록 등 갖가지 색의 재킷을 입은 거래원들이 온갖 손짓과 고함 속에 북적대는 광경이 생동감 넘쳤고 아주 깊은 인상을 주었다.

CME는 거래원이 6,500명, CBOT는 3,600명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시카고의 선물거래 관련 인구가 15만에 달한다는 추정도 있다.

아직도 ‘선물’ 하면 시카고를 바로 떠올릴 정도로 예나 지금이나 ‘시카고’는 선물시장의 대명사다. 그래서 한국의 선물거래소 관계자들도 거의 연례행사로 시카고를 찾는다. 시카고 선물거래소의 거래 장면은 바로 세계경제의 활기를 재는 바로미터가 되기도 한다.

테러후 금지된 일반방문 허용

거래원들이 긴박하게 손짓들을 하고 또 시장 분위기에 일희일비하는 광경은 신문 경제면의 단골 사진이다. 그런데 앞으로 언젠가는 이러한 거래소 풍경을 구경하기 어렵게 될지 모른다는 말도 들린다. 전자거래 시스템이 확산되면서 눈으로 보는 거래소 시장의 의미는 갈수록 퇴색되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은 이미 전자거래로의 이행이 거의 완료됐다고 한다.

시카고에서도 CME가 지난 1992년 GLOBEX라는 전자거래 시스템을 구축했고 CBOT도 1994년 금융파생상품을 중심으로 전자거래를 도입했다.

당연한 흐름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 섭섭한 감도 없지 않다. 그래도 아직은 거래소를 찾으면 특유의 분위기를 맛볼 수 있다.

거래소들은 일반인들에게 시장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방문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CBOT 방문객은 지난 1999년 124개국 12만4천명에 달했고 CME 갤러리도 연 10만명이 다녀가는 명소다.

9·11 테러사태 이후 사정이 달라져 CBOT와 CBOE는 현재 일반인 방문을 받지 않고 특정 관계자들의 그룹 방문만 받고 있다. 반면 CME는 지난해 9월 11일부터 일반 방문객들을 다시 받고 있다고 한다.

미주 한인들 중 아직 선물거래소를 구경하지 못한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자녀들을 데리고 한번쯤 찾아보면 어떨까. 괜찮은 현장견학 코스로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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