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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우리 안에 내재된 '인종차별' 의식

김동필·사회부장

2000년 대통령 선거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말 한마디 잘못 했다가 큰 홍역을 치렀다.

캠페인 투어버스에서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나는 국(Gook)을 증오했다. 죽을 때까지 그럴 것이다"라는 발언을 했던 것. 그가 말한 'Gook'이란 아시아계, 특히 동남아 출신을 비하하는 말이다.

당연히 아시아계 커뮤니티에서 비난 여론이 들끓었고 그는 월남전 포로로 수감 당시 자신을 감시했던 교도관들을 지칭한 것 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끝내 사과는 하지 않았다. 그는 '아시아계 비하 발언 파문'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경선에서 패했다.

만약 그가 '국(Gook)'이라는 단어 대신 그냥 '나를 감시했던 교도관들을 증오한다'고만 말했다면 오랜 포로생활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전쟁 영웅'의 이미지도 더 빛났을 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는 정치 인생에 오점을 남겼다.



미국에서 인종 문제는 가장 민감한 이슈 중 하나다. 다인종 국가인 만큼 '인종비하' 관련 언행은 심각한 사안으로 간주된다. 당연히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무관용'의 원칙이 적용된다. 잘 나가던 정치인이 말 한마디 잘못해 낙마를 하고 자존심 강한 스타들이 사과 성명을 내는 일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그 만큼 휘발성이 강하다. 한인들도 22년 전 4.29 폭동에서 그 강도를 체험했다.

그러다 보니 학교에서도 이 문제에 관한 교육은 철저한 모양이다. 아들에게 쓸데없는 질문을 했다가 호되게 당한 간접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중학생 때 쯤으로 기억되는데 학기 초라 새로 사귄 친구 이야기를 하다 무심코 '아시안이니? 아니면 백인?, 흑인?'이라고 물었다. 돌아온 것은 '그런 걸 왜 물어보느냐'는 항의였고 '레이시스트(인종차별주의자)냐"는 핀잔까지 들어야 했다. 그런 것이 아니라고 얼버무리긴 했지만 아차 싶었다. 정말 아무 생각없이 한 질문이었지만 미국에서는 그것조차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 이후 아들 앞에서 인종문제는 가급적 언급하지 않는다.

미국의 '인종문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주기적으로 불거진다. 지난 주에도 프로농구(NBA) LA클리퍼스의 구단주인 도널드 스털링이 흑인 비하 발언을 했다가 가혹한 징계와 비판을 받고 있다. 평소 흑인들과 교류가 많았던 인물이라 그의 이중성에 흑인 커뮤니티가 더 분노하는 모습이다. 아무튼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비난에 가세했고 NBA커미셔너는 그에게 구단 강제 매각이라는 초강력 징계를 내렸다.

좀 극단적이긴 하지만 미국의 인종문제가 시한폭탄같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그만큼 큰 잠재적 위험 요소라는 얘기다. 물론 법적.사회적으로 다양한 안전장치들이 마련되어 있긴 하지만 언제, 어떤 형태로 불거질지 모른다. 더구나 가해자와 피해자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한인들은 인종차별 문제와 관련 가해자보다는 피해자 입장이 되는 경우가 많다. 유명 커피 전문점의 영수증에서 아시안 비하 메모를 발견하고 소송을 제기한 한인도 있고 입사나 승진 과정에서 차별을 당했다는 주장도 종종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가해자로 생각될 만큼 위험 수위의 발언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대부분의 '인종비하'는 편견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몇몇 개인적인 경험을 그 인종 전체의 특징으로 단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일반화의 오류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한정된 경험이 전체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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