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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엄마가 물려준 '원죄'

[LA중앙일보] 발행 2014/05/06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4/05/05 19:59

모니카 류/암 방사선과 전문의

나는 기독교에서 가르치는 '원죄'에 대해 인간이 태어나는 것 자체로 갖게되는 수동적인 죄라는 정도로만 이해해 왔다. 당연히 그것이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신학적 내지 철학적인 의미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지금도 이 생각이 변한 것은 아니지만 얼마 전 한 환자를 보면서 '원죄'라는 것에 생각이 머물게 됐다.

37세의 이 여인은 성대에 혹이 생겨 목소리가 쉬고, 가끔 숨쉬는 소리도 쇳소리처럼 들려 의사를 처음 찾았던 것이 20여 년 전이었다.

자세한 검사를 받고 성대에 돋아있는 혹을 떼냈다. 목소리는 곧 정상이 되었다. 병리진단은 유두종, 다시 말해서 양성 무사마귀로 나왔다. 이는 이런 사마귀 혹을 만드는 인체 유두종 바이러스(Human Papilloma Virus: HPV)에 의한 것이었다.

성대 무사마귀를 진단하는 과정에서 여인의 기도엔 크고 작은 많은 무사마귀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수 차례에 걸쳐 무사마귀 제거수술을 받아 왔는데, 조용히 있던 무사마귀 중 하나가 갑자기 자라면서 폐의 작은 기도를 막아 폐렴에 걸렸다. 폐렴이 자꾸 반복되고 항생제가 무력해서 폐 절개수술을 받았다. 염증으로 병든 폐를 잘라낸 것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단순 폐렴으로 알고 있던 부분이 검사 결과 악성종양으로 변한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여인은 태어날 때 감염이 되었던것 같다. 모친의 자궁경부나, 질, 음부에 있었을 무사마귀가 뿜어내는 바이러스를 흡입해서 생겼다고 추정된다. 무사마귀 병을 앓고 있는 산모가 아이를 정상분만 하게 되면 태아가 이런 호흡기 병에 걸릴 확률이 200배 이상이고, 만약 진통이 10시간 이상인 경우 아이가 감염되는 확률은 두 배 이상 뛴다고 한다.

그렇다고 제왕절개가 이 병을 막아주지는 않는 것으로 보아 질부 이외 다른 경로를 통한 감염이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의학은 발전하고 변한다. 거기엔 컴퓨터의 덕이 크다. 한정된 인간의 뇌를 대신해 컴퓨터는 무한한 생각과 분석을 해주고, 관련 정보를 연결시켜 주기도 한다. 내 환자가 겪어온 질병도 1800년대에 이미 보고 되었지만 1990년대부터 많이 언급되는 병이다. 컴퓨터는 HPV 분석을 세밀하게 할 수 있게 했고 이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구강 혹은 목에 생기는 암, 양성 사마귀병 등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예방약 개발에도 기여했다.

적령기 남녀에게 4종류 HPV예방 (HPV 6, 11, 16,18) 접종을 해서 양성 무사마귀병 또는 악성암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일평생 20~40번 수술을 받아야 하는 고통과 재정적인 부담도 덜고 국가 차원에서 1년에 1억5000만 달러라는 돈도 절약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여인의 엄마가 모르고 겪었던 일이 이 여인에게 혹독한 짐을 안겨주었다. 이런 전염병 이외에도 인간은 유전자를 통해서 자식들에게 어떤 특수한 질병의 발병 가능성을 물려준다. 그 뿐이랴. 우리는 부모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는다. 좋은 것도 많지만 나쁜 것도 많다. 자식에게 좋은 것만 주려는 부모들이지만 모르고 전해 주는 것도 많다는, 삶의 미스테리를 생각해 보면서 나는 비로소 내 나름대로의 '원죄'에 대한 이해를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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