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삶의 향기] '하얀 찔레꽃'의 맑은 그리움

조현용/경희대 교수·한국어교육

아침 산책길에 하얀 찔레꽃을 만났다. 해마다 만나는 꽃이지만 첫 만남은 늘 반갑다. 참 맑고 밝은 모습이었다. 얼른 사진으로 몇 장 모습을 담았다. 문득 그 순간 예전에 아이들이 찔레꽃을 먹었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요즘 아이들은 찔레가 무엇인지도 모르겠지만, 예전 아이들에게 찔레꽃은 주린 배를 달래주는 귀한 꽃이었다. 저리 어여쁜 꽃을 따서 먹는 모습이 잘 상상이 되지 않았지만, 찔레는 그렇게 아이들과 함께 있었다. 그래서인지 찔레꽃과 관련된 노래는 서글픔과 그리움이 가득하다.

배고픔에 찔레를 따 먹는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심정은 어떠할까? 찔레를 따 먹던 추억을 생각하며 부모를 그리워하는 자식의 마음은 얼마나 애틋할까? 나는 찔레를 먹어본 적은 없지만 그 '아림'이 느껴졌다. 가사가 보고 싶었다. 이연실 씨의 '찔레꽃'이라는 노래를 찾아보았다. 하지만 가사를 찾아보고는 금방 덮어 버렸다. 읽을 수가 없었다. 눈물이 콱 가슴 저만치부터 밀려왔다. 첫줄부터 마음이 아팠다.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 배고픈 날 가만히 따 먹었다오. / 엄마 엄마 부르며 따 먹었다오.' 그 다음은…차마 옮기지 못하겠다.



사실 이 노래는 오래 전부터 들어 온 노래였는데, 그런 가사인 줄은 몰랐다. 아니 알고 있었지만 의식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사람은 자신의 감정과 맞닿은 이야기에 더 큰 슬픔을 느낀다. 내가 그 가사를 끝까지 못 읽은 것은 내 감정만을 울려서가 아니다. 그 가사를 듣고, 울음을 터뜨릴 많은 사람들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엄마, 아이'는 쉬운 단어가 아니다. 우리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부모는 늘 자식이 어여쁘고 가엾다. 자식은 늘 부모님께 고맙고 죄송하다.

또 다른 찔레꽃 노래는 장사익 선생이 불렀다. '하얀 꽃 찔레꽃 / 순박한 꽃 찔레꽃 / 별처럼 슬픈 찔레꽃 / 달처럼 서러운 찔레꽃 /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라는 가사가 애절하게 울리는 노래다. 장사익 선생의 노래는 우리의 정서와 참 많이 닮았다. '한'이 한민족 고유의 정서라는 점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장사익 선생의 노래를 들으면 '한'이 느껴진다.

우리 정서 속에 '한'만이 있는 것이 아니고, '신'도 '흥'도 있다. 우리민족은 '감정'을 소중히 생각하는 민족이라는 말이 더 옳을 듯하다. 물론 '한'도 포함해서. 노래라는 것이 무릇 사람의 감정을 이어주는 것이라면, 장사익 선생은 정말로 노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슬픈 찔레꽃 향기'가 노래가 되어 고달프고, 애달픈 우리네 삶으로 서럽게 다가온다. 하얀 찔레꽃은 순박하지만 힘이 없는 아이들을 닮았고, 여인을 닮았고, 서글픈 민초(民草)들을 닮았다.

찔레꽃은 장미과의 식물이다. 하지만 장미와는 많은 점에서 다른 느낌이다. 소박하면서 맑은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2014년 4월은 진정 잔인한 달이었다. 괴로움의 달이었다. 그리고 앞으로는 그리움의 달이 될 것이다. 해마다 4월이 되면 하얀 찔레꽃이 생각날 것이다. 사람들에게 하얀 찔레꽃이 단순한 슬픔이 아니라 맑은 그리움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