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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자녀 사랑의 함정

가까운 친구들과 이야기 하다가 한인부모들이 자녀들과의 관계를 돈으로 해결하려고 해서 발생하는 문제의 심각성을 듣게 됐다. 하루 12시간 넘게 일하는 부모들이 자녀들과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하는 죄책감을 풍성한 용돈으로 보상해 주기 때문에 한인학생들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비싼 브랜드의 옷을 입고 고급차를 몰고 또 마약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런데 빌 게이츠재단에서 뉴욕 공립학교 시스템에 거금을 희사한 기사를 읽으면서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마이크로소프트란 전대미문의 소프트웨어 컴퍼니란 것을 만들어 세계 최고의 부를 소유하게 된 억만장자가 그 어마어마한 재산을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자선재단을 설립, 기부하기로 결정한 것은 세금을 피하기 위해서 자기 명성을 더 높이기 위해서 자식을 사랑하지 않아서 일까

나는 빌 게이츠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가 자녀들의 장래를 위해 얼마를 따로 떼어 놓았는지도 알지 못한다. 그러나 나는 그가 자식을 정말 정말 사랑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재산을 자선사업에 냈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 많은 재산을 물려 받게 되어 있다면 아직 어린 그 아들이 뭣 때문에 힘들게 공부하며 왜 성공을 위해 노력하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을까 그는 어떻게 즐겁게 돈을 쓰면서 살 수 있을 것인가만 궁리하면 되는 것으로 삶을 쉽게 생각하게 될 것이다.



가진자와 만든자의 행복

우리는 한때 한국의 졸부 아들들로 구성된 ‘7공자’의 존재에 대해 듣기도 했다. 그들에게는 쾌락을 추구하는 것이 매일의 궁극적 목표였는지도 모른다. 평생 먹고 살 게 보장된 경우에 특별한 동기 부여가 없는 한, 빠지기 쉬운 함정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본적인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고, 자녀교육비, 은퇴 후를 대비하기 위해 아끼고 저축하며 살아간다. 그 목적을 위해 매일 고생하는 많은 부모들로서는 자식들은 돈걱정 하지 않고 살도록 돈을 듬뿍 안겨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자녀들의 동기 부여를 막는 독약이 될 수도 있음에도.

인간의 삶은 법정스님에 따르면 무소유가 가장 자유롭고 행복할 수 있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속인들은 그 경지까지는 못 이른다. 그저 오늘보다 내일이 조금씩 나아질 때 그 과정이 행복이 아닌가 생각된다. 사람마다 추구하는 바가 정신적인 성장이든 물질적인 축적이든 사회적인 명성이든 때로 뒷걸음질 쳐서 괴로워 하기도 하지만 또 그 속에 향상을 위한 피나는 노력이 있고 그 결과 목적하는 바를 성취했을 때 느끼는 충족감, 그것이 결국 우리가 행복이라고 부르는 상태가 아닌가 싶다.

쉬운 예를 들어 보자. 평생을 노력해서 성 한채를 마련한 50대와 20대에 성 한채를 물려받은 경우를 비교해 보자. 가상으로 꼭 같은 성을 소유했다고 했을 때 누가 더 행복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인가

자녀들에게 성 한채를 갖다 안기는 우를 범하지 말자. 자녀들이 노력해서 스스로의 힘으로 성 한채를 마련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자. 자기의 성을 위해 벽돌을 쌓는 힘든 시간, 귀한 번민이 한 인간을 성장시키는 것이다. 성 한채로 상징되는 인생의 성공은 스스로 이루었을 때 견고하고 값지다.

의미 찾는 길 가르쳐야

빌 게이츠의 교육지원 뉴스를 읽은 그날 밤 인터넷에서 모나코 스테파니 공주의 재혼을 전한 단신을 접했다. 38세의 스테파니 공주가 아홉살 연하의 서커스 곡예사와 제네바 모처에서 식을 올렸는데 스위스 타블로이드 신문에 따르면 결혼식을 마친 신랑은 서커스단에 합류, 공연한 다음에 하루 숙박비가 3천달러가 넘는 호반의 호텔에서 첫날 밤을 지냈다는 것이다.

동화 속 주인공처럼 우아함의 상징이던 여배우 그레이스 켈리가 모나코 레이니에공과 결혼해 얻은 둘째딸 스테파니는 첫 결혼에 실패한 이혼녀인데 직업에 귀천이 없는 세상이니 곡예사와 결혼했다고 뭐가 어떠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먹고 살 걱정없는 공주의 삶이 왜 그리 막다른 골목처럼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우리의 삶은 참 짧고 덧없다. 그러나 그 속에서 의미를 창출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자녀들이 그들의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는 이상으로 우리는 해 줄게 없다.

〈nysjsk@joongangu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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