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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찔끔찔끔' 손님 많은때

[LA중앙일보] 발행 2003/11/06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03/11/05 17:01

신원태 시카고중앙일보 논설위원

서버브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이모씨로부터 경제의 형편을 가늠하는 주유소 업계의 독특한 노하우를 들은 적이 있다.

경기가 좋을 때는 운전자들이 기름을 가득가득 채우지만 경기가 나빠지면 5달러어치, 10달러어치 하는 식으로 찔끔찔끔 넣는 운전자가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그는 그러면서 요즘 ‘찔끔찔끔’ 손님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불경기란 뜻이다.

경제성장 피부로 못느껴

뷰티 서플라이 업체를 운영하는 최모씨는 지난여름 다소 풀리는 듯하던 매출이 가을바람과 함께 다시 식고 있다고 안타까와했다. 계속되는 불황으로 한인들도 요즘 어깨가 잔뜩 움츠러든 상태다.

그런데 미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이 거의 20년만의 최고치인 7.2%로 발표됐다. 선진국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높은 실적으로 경기회복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 정부는 부양조치가 약발을 받기 시작했다며 어깨를 으쓱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아직 이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한인 비즈니스들은 정말 경제가 풀리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하고 있다.

3분기 성장의 내용을 보면 개인 소비지출과 주택투자가 성장을 주도했지만 기업설비 투자증가도 두드러져 모양이 괜찮아 보인다. 경기지표 호전에는 부시 정부의 세금감면, 기록적으로 낮은 금리, 달러가치 하락, 기업의 체질개선에 따른 생산성 증대 등이 견인차가 됐다는 분석이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최근 몇주째 낮은 수준을 유지, 고용사정도 개선되고 있다는 분석이며 기업재고가 큰폭 감소한 사실도 향후의 기업투자 확대를 기약하는 좋은 신호로 해석된다. 그런데 증권시장은 의외로 무덤덤했다. 그동안 이미 많이 오른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경제계의 평가가 대체로 신중하고 유보적이다.

분위기가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회복의 탄력이 생겼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시카고의 한 한인 경제학자는 기업들의 장래에 대한 신뢰감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며 그 이유를 2가지로 설명했다.

첫째 소비지출 증가가 국내기업의 생산증가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는 사실을 취약점으로 들었다. 소비한 돈의 상당부분은 주요 소비재 수출국인 중국으로 빠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국내기업의 설비 가동률은 새로운 확장을 고려할 만큼 충분하지 않다고 한다.

둘째로 그는 불안한 이라크 상황에 대한 기업의 우려가 여전하다는 점도 큰 걸림돌로 꼽았다.

이 전문가는 이 두 걸림돌이 쉽게 해소가 되겠느냐며 따라서 기업의 투자확대와 이로 인한 고용증가 등 생산과 소비가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경기가 본격 회복되는 모습은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3분기 성장의 불을 지핀 호재들이 계속 ‘불쏘시개’ 역할을 해 줄 것으로 낙관하기도 어렵다. 정부의 인위적 부양조치는 한계가 있다. 또 올해의 호재가 내년 이후 악재로 되돌아올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의 초저금리는 경제회복 기미가 보이면 언제든 조정될 가능성이 높고 환율도 지금과 같은 약세를 유지하는 일이 간단치 않다.

실적 좋으나 미래 불투명

감세와 수백억 달러의 이라크 재건자금 유출은 재정압박을 가중시켜 대선 이후의 미국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우려되기도 한다.

실업자 증가는 내년 대선을 앞둔 부시 정부의 가장 큰 골칫거리다. 제조업 고용은 지난 9월까지 38개월 연속 감소, 일자리를 3백만개나 줄여놨다. 6%대의 고실업률 행진이 계속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부시는 ‘경제에 실패한 대통령’의 낙인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경제가 향후 몇분기동안 최소 4% 이상의 성장을 계속해야 실업률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 고위관리가 내년에는 매달 20만개씩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아직은 거의 ‘희망사항’ 정도로 받아들여진다.

3분기 고성장 실적을 보면서도 ‘나아지는 미래’를 자신하지 못하는 현실이 미국경제의 현주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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