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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알파 어너(Alpha Earner)

[LA중앙일보] 발행 2003/11/08 미주판 21면 기사입력 2003/11/07 18:41

이기준 시카고 중앙일보 논설위원

40대 후반인 한 중소업체의 한인 직원 P씨. 그의 연 수입은 2만5천여 달러쯤 된다.

하지만 고정 수입이 아니라 들쭉날쭉한 상태다. 그러나 종합병원 간호사인 그의 아내 연봉은 7만 달러가 넘는다. 게다가 보너스와 특근비가 추가되면 이를 훨씬 상회한다. 남편 수입에 비해 3배가 넘는 셈이다.

이 때문에 동료들 사이에서는 P씨가 자주 도마 위에 오른다. 난도질 하는 도마가 아니라 솔직히 말해 너무 부러워 은근히 시샘하는 도마다. 그러나 P씨의 입장은 다르다. 아내 수입이 훨씬 큰 관계로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하고 사는 데 ‘주변에서 남의 속도 몰라준다’ 고 푸념한다.

P씨의 아내와 같은 경우를 ‘알파 어너(Alpha Earner)’ 라고 한다. ‘남편의 수입보다 많이 버는 아내’ 를 일컫는 말이다. 여권신장에 따라 여성의 사회활동과 능력에 따른 벌이가 좋아지면서 생긴 신조어다.

얼마 전 뉴스위크는 여성의 능력이 확대되면서 이같은 신조어가 생겼다고 보도했다. 잘 알려진 오프라 윈프리야 말로 알파 어너의 최고봉이 아닐까.

남편보다 돈 잘버는 아내

타고난 말솜씨와 재치로 1억5천만 달러 정도의 재산을 모으고 있다고 하니까. 미국인중 알파 어너가 31%나 되는 것으로 전하고 있다. 맞벌이 부부 3쌍중 한 쌍은 알파 어너라는 이야기다. 이 비율이 5∼6년 사이에 급증했다고 한다. 덕분( )에 집에서 가사를 담당하거나 자녀를 돌보는 가장이 부쩍 늘었다는 것이다. 바야흐로 가장의 위치가 역전되고 있는 셈이다.

단순히 여성의 사회활동이 급신장했기 때문일까. 그러나 그것만은 아닌 것 같다. 미국 경제의 장기불황으로 대졸자 취업난이 극심해졌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전국 대학 고용주 협회(NACE)는 기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 대졸자 신규채용 규모를 36%나 줄였다고 밝히고 있다. 이미 뉴욕타임스는 ‘올해 미국내 대졸자 취업률이 20년만에 최악’ 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명문 아이비 리그(Ivy League)대학 MBA출신들조차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지난 해 이 계열 MBA 이수후 회계사 자격증까지 따낸 한인 1.5세 L군도 이 탓에 아직 취업을 못하고 있다.

그는 부득이 개업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내 장기 불황으로 전체 실업률은 2년 연속 4% 대에 이르고 있다.

이에 따라 각 기업체들 마다 구조조정 등으로 몸집 줄이기에 여념이 없다. MBA 채용 규모조차 지난 해에 비해 40% 이상 줄었다는 통계도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장기 불황시 여성 취업 유리

경기침체로 취업률이 떨어지고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업률이 증가하는 데 여성이라고 예외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여성의 경우 건강·보건 분야나 교육계 등 불황과 관계가 먼 분야에 진출한 경우가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장기 불황시 여성이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미국 현지 사회에서도 배우자 선택시 전문직이나 고소득 여성이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는 보도다. 알파 어너야 말로 가장 바람직한 신부감이라는 것이다.

미국 경제가 장기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황이 이런 현상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최근 뉴욕 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전체 가구의 연평균 소득은 4만2천3백 달러 정도다.

이같은 수준으로 볼 때 간호사는 물론 첫 연봉이 8만달러 이상이라고 하는 약사의 경우 직장인 중 고소득 계층임이 분명하다.

언감생심(焉敢生心)일지라도 이보다 소득이 높은 변호사나 의사라면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이 때문에 결혼적령기 젊은이나 재혼을 원하는 계층에서도 복권 당첨을 기대하는 것보다 이쪽에 거는 것이 확률이 훨씬 높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전문직이고 직장이 현지인 문화권이다보니 영어습득효과도 훨씬 빠른 것은 물론이다. 이래서 한인간호사가 엄청 귀하신 몸이라는 소식이다. 이들의 수가 절대 부족하다 보니 신부감으로 고국의 간호사를 모셔오겠다는 결혼 적령기 한인들도 부쩍 늘고 있다.

속된 말로 마누라 덕에 호강한다면 사내 체면이 말이 아닐 터이다. 그러나 필자 역시 이들이 은근히 부러운 것은 속물근성이 농후한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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