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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믿을 수 없는 '뮤추얼 펀드

[LA중앙일보] 발행 2003/11/11 미주판 19면 기사입력 2003/11/10 18:02

신원태 시카고 중앙일보 논설위원

요즘 월가가 연일 시끄럽다.

얼마전 거래소 회장의 천문학적 고액 급여로 시비가 일더니 최근에는 증권시장의 불공정거래 관행이 도마에 올라 해묵은 증권시장 개혁 논쟁을 다시 불붙이고 있다. 특히 이번 불공정 관행 문제는 뉴욕 검찰까지 사정의 칼날을 곧추세우고 있어 당분간 시장 분위기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번 증시 파문의 속을 들여다보면 막강한 자금력을 지닌 증시의 공룡, 뮤추얼 펀드들이 특정 고객들의 이익을 챙겨주느라 변칙행동을 일삼은 내용이 한 축을 이루고 있다.

마감시간후 거래 또는 ‘마켓 타이밍’ 거래 등으로 큰손이나 펀드운영 회사 관계자들을 포함한 특정인에게 이익이 돌아가도록 함으로써 시장질서를 어지럽히고 과도한 수수료 등으로 일반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입혔다는 것이다.

주요 증권사의 약 25%가 뮤추얼펀드 고객에게 불법적으로 마감시간(뉴욕시간 오후4시)을 넘겨 주식을 사고 파는 혜택을 제공했다고 한다. 또 주요 뮤추얼펀드의 약 1/3은 자신들의 포트폴리오 정보 제공 차별, ‘마켓 타이밍’ 거래 등으로 특정 고객을 우대했다.

특정 고객에게만 혜택

마켓 타이밍이란 시장의 시세변화를 쫓아가며 가장 유리한 가격에 거래를 성사시켜 주는 것. 일반 증권투자에서는 당연한 일이지만 뮤추얼 펀드의 경우 거래건수의 급증 등을 이유로 보통은 거래를 마감시세로 체결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래서 특정인에 대한 ‘미켓 타이밍’ 거래는 불공정 관행으로 통한다고 한다.

문제는 그 특혜 고객이 펀드관리회사 관계자일 경우가 많았고 또 펀드 디렉터들은 상당부분 펀드의 자문 또는 관리회사 관계자들과 연결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경우 펀드 운영이 투자자 전체 이익보다 관리회사들의 필요에 따라 이뤄지기 십상이다. 일반투자자들에게 높은 거래비용 부담을 지우면서 시장 관계자들이 사실상 내부자(insiders) 거래를 통해 자신들의 배를 불려 왔다는 말이 된다.

뮤추얼펀드는 투자자 집단이 펀드란 이름으로 돈을 모아 미리 정해진 종류의 상품에 함께 투자를 하는 금융방식이다. 증권투자의 수익성에다 장기투자 및 전문 펀드매니저의 관리로 안정성까지 확보되는 매력적인 투자형태로 인기가 높다. 우리 한인들과도 알게 모르게 이미 많이 연결돼 있다.

예컨대 직장에서 들어주는 401(k)나 최근 새로 나온 529 플랜 등도 모아진 자금이 대개 뮤추얼 펀드를 통해 증권시장으로 흘러들어 감으로써 재산증식의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연말이면 한인사회에서 심심찮게 열리는 재정상담 세미나에서도 뮤추얼 펀드는 중요한 재산증식 수단으로 단골로 소개되곤 한다.

시스템 재정비 필요성 절실

1893년 하버드대 교직원들이 만든 투자펀드와, 1924년 투자자산 5만 달러로 설립된 매사추세츠 인베스터즈 트러스트를 시발로 치는 뮤추얼펀드는 현재 미국에만 1만개 이상 운영되고 있고 투자자는 8천3백만 명, 운영자산은 7조 달러에 달한다. 심지어 운영자산이 1천억 달러에 이르는 펀드도 있다고 한다.

규모가 이 정도이니 시장지배력도 대단한 모양이다. 그 지배력은 사실상 일반투자자들이 모여서 쌓인 것이다. 집단의 힘이다. 그런데 이번에 밝혀진 내용을 보면 그 집단의 힘이 실제로는 소수의 특정인들에게 이득을 모아준 꼴이다.

이번 파문이 증권시장을 비롯한 업계에 어느 정도의 파장을 미칠 지는 가늠하기 쉽지 않다.

SEC와 뉴욕 검찰은 한목소리로 “너무 많은 펀드들이 투자자들의 이익을 무시하고 투자자들의 돈으로 자신들의 이익만 늘려 왔다”며 강력한 조사를 천명하고 있다.

8천3백만 일반투자자의 쌈짓돈들이 모이고 쌓여 만들어진 뮤추얼펀드의 과실이 원래 주인에게 제대로 돌아가도록 시스템이 재정비되는 것은 당연하다. 투명하고 공정한 관리와 거래 관행은 뮤추얼펀드가 일반투자자들에게 사랑받는 유력한 투자수단으로 계속 남기 위해서도 시급히 재확인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금융시장의 공룡 뮤추얼펀드와 감독기관의 한판 싸움이 어떻게 귀결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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