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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한인사회 '계 사기' 방치말라

[LA중앙일보] 발행 2003/11/12 미주판 21면 기사입력 2003/11/11 18:31

이기준 시카고중앙일보 논설위원

지난 97년 4월 캘리포니아주 헤이워드에서 한인 강모(45·여)씨 부부가 계 돈 등 30여만 달러를 사취해 도주한 사건이 있었다. 이들은 25개의 낙찰계를 조직, 10여개는 먼저 타고 다른 사람의 순번이 되자 돈을 들고 튄 것이었다.

2001년 4월 멕시코시티에 거주중이던 박모(56)씨 부부 역시 낙찰계로 한인들의 돈 60여만 달러를 사취해 달아났다. 이들은 계돈을 먼저 탄 뒤 남이 탄 계돈들마져 고액의 이자를 주겠다고 속여 끌어모아 달아난 것이었다. 조사 결과 이 들은 브라질에서도 이같은 수법으로 동포들의 많은 돈을 사기해 미국으로 이주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목돈마련 필요는 하지만

그동안 한인사회에서는 남편 몰래 계에 들었다가 이런 사건으로 돈을 홀랑 날리고 이혼사태까지 몰린 아내가 많았다. 또 이 돈을 조금 더 불려 작은 사업을 하려다 끝내 포기하고 고국으로 귀국하는 사례도 속출했다.

‘계’는 특히 우리 한인들 사이에서 친목도모 뿐 아니라 목돈 마련 수단으로 가장 흔히 성행되고 있다. 해외 거주 한인 치고 계에 들지 않은 경우도 드물 것이다. 계는 잘만 운용되면 장점이 많아 자랑할만한 우리 고유 풍습이기도 하다. 그러나 때로는 이처럼 파렴치범들에 의한 사기에 악용돼 서민들의 가정까지 파탄시키는 사례가 수두룩 하다.

계의 역사는 삼국시대 이전부터인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는 목돈마련보다는 모여서 먹고 마시는 회식이나 제례 등에 이용됐다.

신라 3대 유리왕시대는 여성들의 궁중 길쌈놀이인 가배를 위해 시행됐다. 7월16일부터 나라안 여성들을 두 편으로 가르고 두 왕녀가 각각 한 편씩 맡아 8월14일까지 길쌈을 했다. 그리고 다음 날인 15일 진 편에서 음식과 마실 것들을 내어 유흥을 즐겼던 것이다.

신라 화랑은 그들의 조직체인 향도를 위해 이 조직을 운영했다. 궁중에서는 이와 비슷한 공덕보·점찰보를 두었다. 여기서 생긴 수익으로 사회사업이나 대부를 하기도 한 것으로 전한다. 이는 회원간 친분과 이익보다는 관청에 의한 사업성이 강했다. 서민들 목돈마련과도 거리가 멀었다.

계가 본격적 친목과 개인의 이익을 목적으로 시작된 것은 조선시대다. 의종 19년(1165) 문신 유자량이 교계를 조직하고부터다. 문신과 무신간 반목을 피하고자 문무계, 동년배끼리의 동갑계 등도 이 때 조직됐다. 또 문중의 종계·혼상계·농구계 등도 생겼다. 당시 계는 조합 또는 종친회 사설금융기관 형태로도 성행했다. 종교인들의 종중계·종약계, 문중들간 문중계, 노인계, 같은 성씨끼리 화수계 등이 그것이다. 갑자기 목돈이 필요한 때를 대비한 경비비축의 목적이 강했다. 한편으로 영리목적의 금계·지계·삼계·식리계 등도 생겼다.

그러나 1910년 일본제국주의에 의한 한일합방후 일제는 계를 엄금시켰다. 한민족 협동체 근간의 파괴가 목적이었다. 일제 치하 36년간은 계도 암흑기였다.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계가 서민들 사이에서 왕성해진 것은 8·15 해방 후부터다. 문턱이 높았던 금융기관과 계속된 인플레로 계는 눈부시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6·25 후에는 서민금융을 지배하기 이르렀다. 급기야 갖가지 부작용으로 가정파탄은 물론 사회문제로 비화하기 시작했다.

커뮤니티 차원 조치 필요

오늘 날 계의 유형은 번호계(순번계)와 낙찰계다. 번호계는 미리 약정한 순번에 따라 돈을 타는 반면 낙찰계는 자신의 희망금액중 최저액을 써내는 사람이 돈을 타는 것이다. 낙찰계는 적은 계돈으로 많은 돈을 당겨 쓸 수 있다. 또 낙찰순서가 늦어질수록 실제 불입금보다 더 많은 돈을 탈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이 때문에 낙찰계가 성행하고 낙찰과정중 사행성이 많이 개입되기도 한다. 때로는 계주가 아닌 계원이 돈을 미리 탄 뒤 도주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시카고에서도 계 파동으로 한인사회에서 큰 물의가 되고 있다. 피해 액수가 무려 1백56만달러라고 한다. 미용실 운영의 계주 김모씨 계모임에서 일어났다는 것이다. 거의 40만달러를 떼인 인사도 있다니 보통 일이 아니다.

어쨋든 미주 동포사회에서도 계 뿐 아니라 한인끼리 사행사건으로 질서를 어지럽히는 일이 흔하다. 이는 한인사회 발전을 저해하는 암적 요소다. 이런 한인은 더이상 한인사회에서 발붙일 수 없도록 한인단체 차원의 예방과 조치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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