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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에세이] 환각제 독버섯

1960년대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 마약문화가 급속히 확산될 때 환각제로 가장 널이 사용된 것은 LSD (Lysergic acid diethylamide)였다. 이것은 당시 하버드 대학의 팀 리어리 박사가 합성한 약으로 이 약을 복용하면 삼한 환각에 빠져들었다. 한편 예전부터 중남미 원주민들이 사용하던 독버섯도 등장했다. 이 버섯에는 환각을 일으키는 ‘실로사이빈’(Psilocybin)이란 화학성분이 있었다. 마약 시장에서는 이를 그저 ‘버섯’ 또는 ‘마술 버섯’이라고 불렀다.

이 마약의 역사는 꽤나 오래 되었다. 고고학자들에 의하면 미주 각지에서 발견된 선사시대 이전의 암각화에서 아마도 ‘실로사이빈’ 영향 하에서 행동하는 샤먼의 모습이 발견되었다. 이 독버섯은 컬럼버스가 미 대륙을 발견하기 훨씬 이전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중남미에 살던 토착민들이 종교적 예식, 신 내림 또는 치유의 목적으로 광범하게 사용되었던 것이다.

고고학자들이 의하면 독버섯 모양의 조상이 여러 곳에서 발견되었다. 또 버섯 모양의 돌 무리도 과테말라에서 살던 마야 인들의 사원에서 발견되었다. 또 주후 2백년 경에 지은 멕시코 고분에서도 이런 독버섯 모양의 조상이 발견되어 이것이 환각제로 광범하게 사용되었음을 밑받침해 준다. 이 버섯은 멕시코 고대 문명에 큰 영향을 끼친 아즈텍 인들에게 ‘신성한 버섯’으로 알려졌다. 1502년에 치러진 아즈텍 왕 몬테주마 2세 즉위식에서 한 의식으로 이 버섯이 사용되었다. 그들은 이를 ‘신성한 버섯’ 말고도 ‘천재적 버섯’이나 ‘경이로운 버섯’으로도 불렸다.

스페인 탐험가 헤르난 코르테스가 중미를 탐사했을 때 동행했던 베르나디노 데 사하군이란 신부는 아즈텍 사람들이 이 버섯을 의식 때마다 사용한다는 기록을 남겼다.



스페인들에 의한 중남미 정복이 끝나자 캐톨릭 선교단체에서는 환각제 독버섯들을 ‘이방인들의 우상숭배’의 일종으로 여겨 그 사용을 금지시켰다. 그들에게 독버섯이란 아즈텍 원주민들이 마귀와 소통하는 수단으로 보았고 이들을 천주교로 개종시키기 위해 성찬식에 참여하도록 강요했다. 대체적으로 원주민 개종은 성공했다. 그래도 외 따른 지역에서는 독버섯 사용이 계속되었다.

이 독버섯이 서구 문화에 등장한 것은 1799년 런던 의학 잡지에서였다. 한 아동이 공원에서 채취한 버섯을 아침식사의 일부로 먹은 후 그는 웃음보를 터트렸는데 곁에 있던 부모가 아무리 막으려 해도 막무가내로 웃음을 계속했다.

1960년대 LSD 합성으로 유명한 하버드 대학 팀 리어리는 ‘하버드 실로사이빈 프로젝트’에 참가하여 이 독물의 약용 가치를 실험했다. 결국 이 물질이 약물로 가치가 없다고 판정하여 프로젝트는 중단되었다. 그래도 그 사이 이 독물은 히피 문화 속으로 광범위하게 전파되었다.

오랜 잠복기를 지나 2011년 9월 존스 합킨스 대학의 일부 연구자들은 ‘실로사이빈은 환자사이에 있는 감정의 문을 열고 미적 감각을 높이며 창조력을 제고시킨다고 발표했다. 어떤 환자는 성격에 변화가 왔으며 일부 강박장애자나 먹이장애자 치료에도 효과를 보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사용하면 우울과 불안이 수반된다고 부연해 놓았다.

이런 연구는 절제된 통제 하에 일정한 시간에 걸쳐 진행된 것이다. 그러나 마약환자가 무절제하게 사용한다면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LDS를 사용하다 보면 소위 ‘나쁜 여행’(bad trip)을 경험하는 수 있다. 격렬한 환각상태에서 끝없는 죽음의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공포를 말한다.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 자살을 선택한 경우도 드물지 않다. ‘실로사이빈’에서도 ‘나쁜 여행’을 경험할 수 있다. 한 환자는 십년도 더 되는 오래 전에 독버섯을 단 한번 사용했다가 ‘나쁜 여행’을 경험했다. 그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해 지금도 약물 치료를 받으려고 정기적으로 내 오피스에 오고 있다.

절제된 상태에서 ‘실로사이빈’은 신체 내에서 3-8 시간 작용한다고 하는데 이 환자의 경우를 보면 독물이 두뇌에 끼치는 손상은 영구적일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도 든다.


정유석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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