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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미안해, 선생님이 잘못했어"

황은석·가디나

해마다 5월이 되어 스승의 날을 지날 때면 초등학교 3학년 때의 담임선생님이 기억나곤 한다. 아버지는 내가 어렸을 때 재혼을 하셨고 새 어머니에게는 이전 결혼에서 얻은 딸이 하나 있었다. 나보다 한 살 어렸지만 학년은 같았는데 3학년 때는 같은 반이 되었다.

이복 여동생과 나는 반에서 서로 1~2등을 다투는 선의의 경쟁 상대였다. 내게는 한 학년 위인 누나가 있어 셋이 같은 학교에 다녔다. 그 때 우리 가정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어서 육성회비 같이 학교에 내야 할 것은 항상 제일 먼저 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수업 재료를 준비하는 것에서부터 육성회비 내는 것까지 동생이 우선이었고 누나와 나는 뒷전이었다.

하루는 담임 선생님이 나를 부르시더니 육성회비 받은 것 안내고 어디다 썼느냐고 화난 얼굴로 물으셨다. 나는 어머니가 아직 주지 않아 못냈다고 말씀 드렸다. 그러자 선생님은 네 동생은 갖고 왔는데 어머니가 주시면 같이 주셨지 동생만 주시겠느냐며 내 말을 믿지 않았다. 계속해서 거짓말 하고 반성도 안 하는 못된 아이라며 벌로 교실 청소를 하라고 하셨다. 어린 마음에도 분하고 억울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런데 선생님이 누나를 불러 물어 보신 것 같았다. 아니 물어 본다기보다는 내가 거짓말을 한다는 것을 누나에게 알려 주려 하셨던 같다. 그러다가 자연스레 내 말이 사실이란 것과 어머니가 새 어머니이고 동생이 이복 동생인 것도 알게 되셨다. 선생님은 교실로 돌아와 퉁퉁 부은 얼굴로 청소를 하고 있는 나를 부르셨다. 그러면서 말 없이 날 안고는 눈물을 흘리셨다.



"미안해, 선생님이 잘못했어. 네 얘기를 믿었어야 하는데…용서해다오"하시며 선생님은 울음을 멈추지 않으셨다. 선생님께 안긴 나 또한 어깨를 떨군 채 아무 말 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마음은 편안했다. 아마도 사실이 밝혀진데 대한 안도감 때문이었으리라. 더하여 혼 내던 아이를 달래주는 어머니의 사랑을 선생님에게서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너무 오랜 세월이 흘러 길을 가다 선생님과 우연히 마주친다 해도 알아 볼 수조차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를 안고 우시던 선생님의 잔영은 몇 십년이 지난 지금도 지워지질 않는다. 만약에 선생님을 만날 수 있다면 이제는 내가 먼저 안아드리고 싶다. 그리운 나의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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