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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

서영석/의사·크레센타밸리 타운의원

"장로님이 원망스럽습니다!"

지난 주말 교회에서 오찬을 하는 자리에서 K장로님이 던진 말이다.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았으나 자세히 얼굴 표정을 보니 농담이 아닌 것 같아 진심이냐고 되물었다. 그랬더니 "그렇다" 는 진지한 대답이 돌아왔다.

얘기인 즉 자기를 그냥 죽게 내버려두었으면 지금 쯤 몸의 불편으로 고생하지 않고 천국에서 편히 쉴텐데 내가 자기를 살려주어 지금 힘들게 살고있다는 말이었다.

그러니까 약 1년 전이었다. 교회식당에서 오찬을 마치고 헤어지려는 순간 K장로님이 아침부터 어지럼증이 있었는데 아직도 안 가신다고 해서 일어서려다 다시 앉아 맥박을 짚어보니 1분당 40대였다. 얼굴색도 해쓱해서 바로 교회 의무실로 모시고 911을 불러 USC응급실을 통해 병원에 입원을 시켰다. K장로님은 그때 인공심장박동기를 넣고 약 1개월 만에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을 했었다.



퇴원 후 처음 교회에 왔을 땐 나를 포함한 그날 수고한 교우들에게 감사 인사를 아끼지 않으셨던 분이 갑자기 후회의 말씀을 하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했다. 알고 보니 K장로님은 심장을 고쳐 잘 적응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신장이 나빠져서 피를 하루에 한 번씩 3~4시간 걸려야 한단다. 그 때문에 먼 데도 갈 수 없고 좌골신경통이 생겨 운동도 예전같이 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렇게 살 바에는 빨리 천국에 가서 편히 사는 것이 낫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들으니 나 역시 K장로님과 같은 상황이라면 똑같은 마음이 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응급처치로 살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죽음을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세상이 오기 전에는 몸이 아파도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생을 연장해야 하는 것 또한 심각히 재고해 보아야 될 것 같다.

태어나는 것은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다 하나 이 세상을 하직할 때만은 자신이 선택할 수 있다면 난치병으로 심히 고생하는 많은 환자들에게 일말의 희망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하지만 '죽음의 선택 권리'로 생길 수 있는 더 많은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또한 현실이니 참으로 어려운 문제라 아니 할 수 없다.

인생에 3가지 행운이 있다. 태어날 때 건강하게 태어나는 행운, 살아있을 때 병없이 건강하게 풍요롭게 사는 행운, 마지막으로 치매 안 걸리고 암이나 병으로 오래 고통 안 당하고 깨끗하고 보기 흉하지 않게 죽는 행운이 그것이다.

이 세 가지를 무두 가진 자들이야말로 진정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신만이 아는 것을 인간이 알려한다면 너무 과한 욕심이 아닐까.

모든 사람들이 아름다운 죽음을 맞는 행운이 있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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