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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GMO 표기 시작됐다

[LA중앙일보] 발행 2014/05/19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4/05/18 20:14

버몬트주가 지난 8일 식품에 GMO 식별 라벨 부착을 의무화하는 법을 만들었다.

버몬트주에서는 2016년 7월 1일부터 옥수수나 콩 등 유전자를 변형한 농산물(GMO)을 재료로 만든 식품을 소매 상점에서 판매하려면 이 사실을 반드시 라벨로 부착해야 한다.

전세계에서 GMO 의무 표시제를 시행하는 국가는 64개국이나 되지만 미국에서는 버몬트주가 처음이다. 버몬트는 1777년 노예제도를 처음으로 금지한 주다. 법안이 통과되자 한 유기농 농민은 "다시 우리가 처음이다"라고 외쳤다고 한다.

버몬트의 GMO 의무 표시제 시행을 특정 주의 특별한 사례로 돌려세울 수도 있다. 애칭 '푸른 산의 주(Green Mountain State), 인구대비 유기농장이 가장 많은 곳, 몬트필리어는 유일하게 맥도널드가 없는 주도라는 점 등을 들어 버몬트가 식품에 예민한 곳이구나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 GMO 의무 표시제는 이미 가장 열정적인 사회운동의 하나다. 2012년과 2013년만 해도 가주와 워싱턴주에서 유사한 주민발의안은 근소한 차이로 무산됐다.

1, 2년 전에는 표시제가 실시되면 식료품값이 오른다는 식품회사 등의 논리가 통했다. 지난해 메인주와 코네티컷주에서도 의무 표시제가 통과됐지만 '인근 주에서 시행하면 우리도 한다'는 단서가 붙어있었다.

올해 버몬트주는 달랐다. 통과 자체도 중요하지만 주상원 28대 2, 하원 114대 30가 보여주는 찬성대 반대의 표 차이다.

그 사이 GMO 의무 표시제에 대한 대중적인 지지도가 얼마나 커졌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의무 표시제 운동을 벌였던 이들이 "최대의 승리, 기념비적 승리"라고 환호할 만하다.

GMO 표시제는 현재 29개 주에서 84개 법안이 상정되어 있다. 지난해 7월 뉴욕타임스 여론조사에서는 93%가 찬성에 표를 던졌다. 압도적이다.

식품의약국(FDA)에는 GMO 표시제를 시행하라는 청원서가 창설 이후 단일 사안으로 가장 많은 100만 통 이상 쏟아졌다.

정부도 의회도 민간회사도 쉽게 설득하거나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꼭 인구 62만4000명의 버몬트주가 아니더라도 어디선가는 통과됐을 분위기가 무르익었던 것이다.

의무 표시제느 다른 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식품업계의 고민이 있다. 수퍼마켓에서 팔리는 가공식품의 5분의 4에 GMO 성분이 들어있다.

주마다 제도가 다르면 그 많은 식품의 패키지를 주마다 다르게 해야 할 수도 있다. 식품회사 등은 GMO 표시제의 시행 주체를 FDA로 한정하는 법을 만들도록 연방의회를 압박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렇게 되면 각 주의 법제화와 시행은 무력화된다.

GMO 성분 표시 운동의 근저에는 GMO 식품이 인체에 해롭다는 의혹이 있다.

성분표시는 소비자의 알 권리에 포커스를 맞췄지만 결과적으로 GMO 식품 기피 현상을 낳을 수 있다.

실제로 EU에서는 표시제 실시 이후 GMO 식품이 외면을 받았고 많은 수퍼마켓이 GMO 식품을 취급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EU에서 일어난 일은 미국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벌써 시작됐다.

홀푸즈는 2018년까지 자체적으로 GMO 식품 표시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버몬트주에 본사가 있는 벤 앤 제리스는 올해 말까지 아이스크림에 들어가는 모든 성분에서 GMO를 없앨 계획이다.

표시제를 안 하면 GMO에 대해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것 같고 표시제를 시행하면 GMO가 인체에 해롭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 같은 진퇴양난. 버몬트주에서 시작됐고 어디로 튈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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