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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형 교육 현장을 가다] 기존 학습법 파괴…'혁신 학교' 잘 나간다

교과서·책상 치우고 창업 지도
학생들, "수업이 너무 즐거워요"

초록색 칠판 위에 교사가 흰색 분필로 수업 내용을 빼곡히 적으면 나무 책상에 앉은 학생들은 이를 읽고 공책에 열심히 배꼈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학교에서 가르치고 공부하던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금 교실에서 초록색 칠판에 흰색 분필은 사라진 지 오래다. 현대 교실에서는 각종 영상자료를 상영하는 '스마트 보드'가 교실을 차지하고 있고, 대형 스크린 TV는 교과서 대신 컴퓨터에서 정보를 찾아볼 수 있도록 돕는다.

시시각각 변해가는 디지털 세대에 맞춘 21세기형 교육은 어떤 것일까? 해답을 찾기 위해 혁신적인 교육법을 시도하고 있는 교육현장을 찾아갔다. 이들 학교의 공통점은 교과서가 없다.

또 학생들에 대한 학업 평가는 일괄된 문제를 풀어 채점한 점수가 아닌 창의력, 프로젝트 리서치 결과와 팀워크가 기준이었다.



◇'플레이메이커(PlayMaker)' 스쿨 프로그램

이곳이 교실인가 싶을 정도다. 문을 연 교실 안에는 흔히 생각하는 책상이나 걸상은 없다. 대신 원색의 삼각형, 원형 등의 푹신한 소파가 여기저기 놓여 있고 벽도 각종 수학과 물리 공식이 낙서처럼 여기저기 적혀 있다.

교과서 대신 노트북을 갖고 있는 학생들은 여기저기 흩어져 앉아 수업 과제로 내준 프로젝트의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있었다.

플레이메이커 스쿨 프로그램은 말 그대로 컴퓨터로 놀면서 공부하는 곳이다. 샌타모니카에 있는 K-12 사립학교 '뉴로드스쿨(New Roads School)'이 2년 전부터 6학년에 도입해 가르치고 있다.

뉴로드스쿨은 이 프로그램을 도입하기 위해 2년동안 커리큘럼을 만드는데 시간을 할애했다. 커리큘럼은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외에 역사, 영어, 사회과학 등이 모두 포함된 포괄적 커리큘럼이다.

이와 관련 ### 플레이메이커 프로그램 담당 교사는 "플레이메이커의 가장 큰 특징은 학생이 자율적으로 공부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며 "일반 학교라면 교사가 다른 학생과 말하는 동안에 남은 학생들은 떠들지만 플레이메이커 학생들은 스스로 공부하기 때문에 프로그램에 참여한 후에는 학습능률도 크게 상승한다"고 설명했다.

플레이메이커 프로그램은 비영리 교육재단인 '게임데스크'가 지원한다. 하지만 이 재단의 뒤에는 빌 게이츠 부부가 설립한 게이츠재단, AT&T가 든든한 후원자로 밀어주고 있다.

게임데스크 재단에서 15만 달러의 예산을 지원받아 3개 교실을 지금의 모습으로 리모델링했다는 조 와이즈 디렉터는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기존 교육 시스템을 개선하는 정도로는 충분치 않다"며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에 맞게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 미래의 사회에서 필요한 인재를 배출시키는 게 교육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뉴로드스쿨은 사립학교라 학비가 연 3만 달러에 달하지만 재학생들의 50%가 장학금을 받으며 다니고 있을 만큼 재정지원 제도가 좋다.

◇인큐베이터 스쿨(Incubator School)

LA국제공항 인근 지역인 플라야 비스타에 있는 이 학교는 LA통합교육구(LAUSD)에서 시도하는 파일럿 스쿨이라 눈길을 끈다.

방문한 당시 6학년 반 학생들이 여름방학동안 진행할 '레모네이드 판매행사'를 팀별로 점검하고 있었다.

벽 한쪽에는 레모네이드 판매에 필요한 물품과 예산을 정리한 엑셀 파일을 열어놓고 설명하는 팀이 보였고 또 한 팀은 행사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역 주민에게 받은 후원 계약 내용을 설명 중이었다. 그 옆에는 구글 맵을 이용해 행사 장소를 표시하는 팀도 보였다.

지난해 개교한 이 학교의 재학생은 현재 6, 7학년생을 모두 합쳐 68명이다. 갓 시작한 학교라 플라야비스타초등학교와 캠퍼스를 같이 쓰고 있지만 내년에 8학년이 추가되는 등 오는 2019년까지 12학년을 모두 갖추고 학생 규모도 700여명으로 늘어나게 되면 캠퍼스를 독립할 계획이다.

이 학교의 소유주는 교육구이지만 창립자는 이란계의 수자타 밧트. 지난 11년동안 LAUSD의 학교에서 교사로 가르쳐왔던 그녀는 제 2, 제 3의 구글 창업자, 스티브 잡스 등을 배출하기 위해선 기존의 교육법을 탈피해야 한다는 생각에 새로운 교육법을 제안해 학교 설립부터 운영까지 맡게 됐다.

학교의 목표는 재학생들이 졸업하기 전에 본인이 원하는 기업을 창업하는 것이다. 때문에 이에 필요한 기술과 지식을 가르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구성해 가르치고 있다.

한 예로 오전 수업은 학생 개인의 특성과 실력에 맞춘 '혼합실험(Blended Lab)'을 배운다. 수업 시간은 2시간이다. 학생들은 랩탑을 이용해 매일 수학과 언어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낮 수업인 '디자인 스튜디오'는 사회과학과 과학에 대한 주제로 프로젝트를 구상해 추진한다.

한 예로 6학년 학생들은 지난 4주동안 샌타모니카 해변을 재단장하는 프로젝트를 위해 웹사이트를 만들고 컴퓨터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이용해 재단장한 해변가에 대한 시뮬레이션도 진행했다.

점심시간 후에는 '인큐베이터' 시간을 통해 원하는 주제를 정해 모든 것을 공부한다. 한 예로 뇌신경을 주제로 삼으면 뇌신경의 역할, 병 질환과 치료법, 연관된 사회적 문제까지 다룬다.

학생들이 그룹을 이뤄 선택한 공부의 주제는 이집트 역사로의 여행부터 동물 생태계, 해부학, 지진까지 다양했다. 교과서를 읽고 공부하는 대신 이들은 컴퓨터를 이용해 자료를 찾고, 몸으로 부딪히며 배우고 있었다.

학생들은 "따분한 교과서를 읽는 것보다 내가 직접 보고 배우는 것이 즐겁다"며 "학교에 오는 게 신나고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패서디나 아트 칼리지

사회와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 배출이라는 의무를 갖고 있는 대학도 차세대 교육법에 대한 고민을 피할 수 없다. 패서디나 아트 칼리지는 이러한 고민에 맞서 아예 과감한 교육법을 시도했다.

디자인과 기술을 병합하는 수업이다. 세계 최대 마이크로프로세서 생산업체인 인텔사와 손을 잡고 진행하고 있는 '웨어러블(Wearable)'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이다.

WT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4주 동안 일상 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과 기술을 병합시킨 작품을 만들어내야 한다. 학생들은 작품 아이디어를 구상하기 위해 인텔 엔지니어들을 초청한 포럼을 열고 기술 접목 지도를 받기 위해 인텔사를 방문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들을 거쳐 탄생한 디자인에는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면 자동으로 얼굴을 가리도록 제작한 '익스프레스 모자, 소매치기를 진단할 수 있는 '마르워르' 의상, 말을 하거나 중단할 때마다 상의에 바람이 빠지거나 부풀도록 해 상대방과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해주는 '담화 망또' 등이 있다.

네일 아트에 기술을 접목한 '센서 네일 살롱'도 등장했다. 장식이 가미된 센서를 설치해 흡연이나 과식 등 피하고 싶은 행동을 조절할 수 있도록 돕는 목적으로 개발됐다.

한인 학생인 전지원(28)씨의 경우 휴대용 전자제품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쉽게 도용될 수 있는 개인 정보를 공중에서 흡수해 수증기 형태로 없애는 제품을 제작했다.

전씨는 "상업적인 아이디어보다는 미래를 내다볼 수 있고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디자인 작업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웨어러블 프로젝트는 굉장히 흥미로운 수업"이라며 "트렌드와 테크놀로지를 접목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패서디나아트칼리지의 *** 대학원장은 "처음 도입할 때만 해도 대학과 학생 모두 생소하고 어렵게 느꼈지만 지금은 국내 및 해외 대학과 타기업의 인정을 조금씩 받고 있다"며 "디자인 연구 분야도 생물학, 환경공학 등까지 확대하고 있다. 창의적인 디자인은 옷 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 필요하다는 점을 가르칠 수 있도록 학교는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연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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